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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위스키

써~니 2023. 1. 16. 12:54

◈ 커피와 위스키 

1898년 덕수궁,

고종은 저녁 식사 후 올라온 커피를 한모금 마시곤 맛이 이상해 내려놨어요

공금 횡령 혐의로 유배형을 받은 친러파 통역관이 앙심을 품고

궁중 요리사를 사주해 커피에 아편을 넣은 것이지요

커피를 많이 마신 세자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시름시름 앓았어요

이 사건 후 척화파 대신 최익현은

“산해진미라 하더라도 외국 음식은 일절 먹지 말 것”을 청하는

상소문을 올렸지요

 

하지만 한 세기 만에 커피는 한국인의 국민 음료가 됐어요

커피믹스가 대세였던 한국에 ‘원두커피’ 문화를 확산시킨 일등 공신은

스타벅스 이지요

1999년 이화여대 앞에서 1호점을 연 스타벅스는

스세권(스타벅스가 자리 잡은 상권)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커피 산업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했어요

스타벅스의 성공에 자극받은 국내 자본들이 앞다퉈

토종 브랜드를 선보이며 커피 브랜드 백가쟁명(百家爭鳴)시대를 열었지요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지요

연간 커피 소비량(2020년 기준)이 프랑스(551잔)에 이어 2위(367잔)로,

세계 평균(161잔)의 2배 이상 커피를 즐기고 있어요

인구 100만명당 커피점 수도 한국이 1384개로 일본(529개),

미국(185개)보다 훨씬 많아요

4개 편의점 체인에서만 연간 5억잔 이상 분량의 원두커피를 판매하고 있어요

한국이 세계 커피 원두 시장에서 무시 못할 큰손이 된 것이지요

 

적은 창업 비용과 낮은 기술 장벽 덕에 커피점은 인기 있는 창업 아이템이지요

하지만 대박을 기대하긴 어려워요

스타벅스 기준 5000원짜리 커피 한잔 값은 대개 원두 값 1000원,

인건비 1500원, 임차료 1100원, 세금 750원과 마진 650원으로 구성되지요

저가 커피점인 경우 원두 1㎏으로 커피 50잔을 뽑아내

잔당 2000원 정도에 판매하지요

인건비, 임차료를 최대한 낮추면 잔당 300원 정도(마진율 15%)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하네요

2021년 프랜차이즈 통계에 따르면, 커피점 평균 연매출은 1억7900만원인데

마진율 15%를 적용하면 연수익은 2700만원 정도이지요

 

커피의 국민음료화와 더불어 한국형 카페 문화도 생성되고 있어요

스터디 카페, 애견 카페, 북 카페, 빵 카페 등

‘카페화’한 신종 업종이 생기고, 카공족(카페에서 공부),

카페 맘, 홈 카페족(에스프레소 머신, 로스터 등을 갖춘 커피 마니아) 등

새로운 도시인 유형까지 만들어 냈어요

지난해엔 커피 수입액이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하지요

전년 대비 45%나 급증했어요

이런 고성장 업종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이지요

 

그런데 요즘  위스키도 커피와 함께 한창 뜨고 있어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스코틀랜드 위스키 양조장을 방문한 뒤 ‘위스키 성지 여행’이란 책을 썼어요

“한 모금 마시면 ‘이게 대체 뭐지?’,

두 모금째는 ‘좀 색다른걸’ 하고,

세 모금 마시면 싱글 몰트의 팬이 되고 만다”고 했지요

싱글 몰트란 동일 증류소에서 100% 보리로 만든,

개성이 뚜렷한 위스키를 말하고 있어요

한국 소설가 은희경도 ‘중국식 룰렛’에서 “위스키가 영혼이라면

싱글 몰트야말로 가장 정제된 형태”라고 극찬했지요

 

얼마전 한 대형 마트가 스코틀랜드산 싱글 몰트, 발베니를 포함한

인기 위스키 1만 병을 할인 판매하자,

개점 전부터 위스키 런(whisky run)이 이어지며 순식간에 동이 났어요

남다른 소비를 원하는 2030세대 사이에 싱글 몰트가 핫 아이템으로 부상했지요

코로나 사태로 확산된 혼술·홈술 트렌드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어요

서울 성수동·한남동·용리단길 등 상권마다 위스키바가 넘쳐나지요

 

현재 위스키 생산 국가는 영국,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일본 등 5국 정도이지요

일본이 위스키 강국이 된 것은 양조장집 아들로 태어나

1918년 스물네 살 때 스코틀랜드로 위스키 유학을 갔던 다케쓰루 마사타카 덕분이지요

와인 수입상 출신으로 산토리를 창업한 도리이 신지로가 다케쓰루와 합작, 결별,

경쟁하는 과정에서 일본 위스키 명품 야마자키, 히비키가 탄생했어요

 

그러다 보니 요즘 위스키가 투자 대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지요

최근 10년간 위스키 수익률(428%)은 자동차(164%), 와인(137%),

시계(108%)를 압도하고 있어요

블록체인 기반 NFT(대체 불가 토큰) 기술이 진위 증명서 기능을 하며

위스키 투자 대중화 시대를 열고 있지요

최근 영국 글렌피딕은 1973년산 위스키 15병에 NFT 증명서를 부착해

병당 1만8000달러에 팔았어요

위스키 대량 공급을 위한 신기술도 등장하고 있지요

미국의 한 벤처기업은 갓 생산된 증류주 원액과 나뭇조각(oak chip)을

스테인리스 통에 함께 넣고 특정 온도, 압력을 가해

닷새 만에 21년산 고급 위스키 맛을 낸다는 ‘초속성 위스키’를 만들어 냈어요

 

우리나라 역사에선 1882년 한성순보의 수입품 관세를 다루는 뉴스에

‘유사길(惟斯吉)’이란 이름으로 위스키가 처음 등장하지요

뭐든 빠르게 따라잡는 한국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만한 국산 위스키는 없어요

그런데 최근 한국산 싱글 몰트 만들기에 도전하는 사업가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고 하지요

위스키 런이 대세라면 국산이 그 수혜를 누리는 것도 좋은 일이지요

많은 창업이 국산 위스키에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시민들이 위스키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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