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비승어양(鼻勝於陽)
음사를 몹시 좋아하는 한 여인이 있었다.
그의 평생 소원은 양물이 큰 남자를 만나는 것이었다.
속말에 코가 크면 양물도 크다는 말을 듣고, 이 여인은 코 큰 사람을 한번 만나야겠다
고 별렀으나, 좀처럼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
하는 수 없이 하루는 그 앞마을의 장날이라. "장에 나가면 사람도 많이 모일 테니
그 중에는 코가 큰 사람도 만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장에 나가서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중에 남자의 코만 유심히 쳐다보았으나, 그럴싸한 남자는 한 사람도 발견 못하고
마침내 해는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니 실망하여 내가 생각하는 것은 "한갓 부질없는
소원이로구나" 하면서 발길을 집으로 돌리려는데, 그 순간 삿갓을 쓴 농부가 술이
곤드레 만드레가 되어서 갈지 자 걸음을 걷는데, 행색은 보잘 것이 없으나 쳐다보니
주먹만한 코가 우뚝 달려 있는데, 마치 디움 박을 갖다 달아 놓은 것 같았다.
여인은 환희작약 좋아라하고 내심 생각하되, "이 사람은 반드시 양물도 크리라, 안 그러면
어찌 저다지도 코가 크겠는가." 하고 슬금슬금 뒤따라가다가 아무도 없는 곳에 이르러서는
수작을 부려 자기 집으로 데리고 오는 데 성공하였다.
산해진미를 갖추어 떡 벌어지게 한 상을 차려 저녁 대접을 하였다. 그리고, 이제야
내 한 평생의 소원을 풀 수 있는가보다 하며 내심 기쁨을 참지 못하면서
방에 적당히 군불도 집혔다. 종종걸음으로 뒷설거지도 대강 치우고 곱게 단장을 하고
다시 술상을 차려서 남자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 남자는 그 눈치는 알지만 너무나 융숭한
대접에 저절로 입이 허벌레 해지며 마치 선경에 온 기분이었다.
이윽고, 술상을 물리치고 비단금침이 깔려지고, 여인의 옷고름이 끌려지고 치마끈이
풀어지고 황 밀 촛불도 꺼졌다. 여인은 거친 입김으로 남자의 귀에 속삭였다.
"첩이 오늘과 같은 날을 만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애간장을 태우며 기다린 지 아시겠오?
서방님 같은 분을 만나려고 오늘도 진종일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찾았답니다." 그것이 무엇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필시 곡절이 있는 말투다.
"그래요. 그런데, 하필 그 많은 사람 중에 나 같은 사람을 찾았을까요?
그 곡절이나 좀압시다.
"그건 물어 뭣해요. 두고 보면 아실 텐데. 그러시지 말고 어서 바지나 벗으시오."
여인의 몸은 화끈 달아올라 약간 떠는 것을 느꼈다. 남자도 잇달아 정욕이 치올라
불꽃같이 훨훨 탔다. 드디어 일은 시작되었으나, 여인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장대하고 힘있는 양물을 기대하였으나, 막상 당하고 보니 그것은 마치
사내아이들 것처럼 매우 작고, 그마저 몇 번 일렁이더니 제풀에 죽어 시들어 버리니
여인의 벼르고 벼르던 욕정은 불
꽃같이 타올라 막을 도리가 없으니 어찌 할꼬 어찌 생각하니 분하기도 하다.
"찾고 찾았던 코 큰자식이 이 모양이란 말인가. 코 값도 못하는 것이....." 혼자서 중얼거리
다가 순간 묘안이 떠올랐다.
"옳지 그놈의 코로 하자." 하고 여인은 슬그머니 사내의 품에서 빠져나와 거꾸로 나왔다.
그러자, 사내는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어떤 영문도 모를 뿐만 아니라, 내 집,
내 마누라도 아니고, 게다가 오늘 처음 만난 여인을..
그 순간, 여인은 다시 남자의 코 위에다 음부를 갖다 대더니만 '아차'하는 사이에 코를 그
안에 집어넣어 버렸다. 그리고, 힘을 쓰는데, 보통 여인들의 몇 배의 힘을 쓰는 것이었다.
코가 양물보다 훨씬 더 좋았다. 여인의 쌓이고 쌓인 욕정이 머리끝까지 사무쳤으니, 남자야
어찌 되었던 알 바가 아니다.
남자는 창졸간 내려 덮치는 일이라 미처 피할 수도 없었다. 처음은 그래도 입으로 약간
숨을 쉴 수 있었으나, 넘쳐흐르는 물은 입가 수염에 묻다 말고 계집의 엉덩이까지 젖어
흘러내려 비벼대니 숨을 쉴 수조차 없어 젖 먹던 힘을 다하여 이리저리 피하여 뒹구니
계집은 더욱 좋아 라고 마구 누르며 비벼댔다. 끊임없이 물을 흘리면서........
남자는 마침내 숨을 못 쉬고 완전히 의식을 잃고 말았다.
먼 동이 터오며 마을에서는 닭이 울 무렵, 참고 참아왔던 여인의 한 많은 욕정의 분이
반이나마 풀려 비로소 제 정신으로 돌아온 여인은 남자를 돌아보자 "......?"
머리며 얼굴이며 할 것 없이 사내의 상반신은 온통 허연 물로 덮여 있고,
몸둥이는 꼼짝 달싹을 않는 것이다.
"여보시오! 여보시오!"하며, 사내의 몸을 흔들며 불러 보았으나 감감 무소식이다.
"큰 일이다. 이 일을 어찌하나." 분명 사람을 죽였다. 갖다 버리려해도 혼자서는 할 수가
없고 집에 그대로 두자니 그것도 안 될 말이다.
"옳지 막둥이 어미를 불러야지 그년은 종년이니 후히 대접하여 멀리 보내면 설마 소문이야
낼려고" 여인은 부랴부랴 옷을 주워 입고 문을 차고 막둥이네 집으로 달려갔다.
찬바람이 핑 돌자. 사내는 비로소 제 정신이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빈방에 혼자 누워 있고,
상반신은 물로 젖어 후끈하였다. 어젯밤 일이 주마등처럼 머리에 떠올랐다.
"아! 그년이, 그 화냥년이!" "어디 갔을까? 또 오면 이제는 정말 죽겠지. 그년이 오기 전에
도망을 치자." 하며 눈에 보이는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오니
먼 산에는 아침 해가 떠있고 들에는 한사람 두 사람 일찍 일어난 농부들이 보였다.
남자는 어젯밤에 당한 일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 지긋지긋한 회상을 떨어뜨리는 양으로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정신없이 길을 가다,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데,
"자네 내외 간에
싸움했나, 웬 미음은 그렇게 덮어썼어?" 그래도 사내는 함구불언하고 코만 킹킹거리면서
황망히 가는 것이다.
그러자, 이웃 양반 왈.
"허! 그 사람 이상하네, 미음을 먹으면 입으로 먹지 코로 먹나? 코는 왜 킹킹거려." 하며
머리를 갸우뚱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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