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조고각하

써~니 2022. 3. 22. 10:36

 

◈ 조고각하(照顧脚下) ◈

 

우리가 가끔 산사(山寺)에 가면 법당(法堂)이나 선방(禪房)앞에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글귀가 쓰여 있는것을 볼수 있어요

특히 신발을 벗어 놓는 댓돌 위에 많이 쓰여 있지요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말은

照(비칠 조). 顧(돌아볼 고). 脚(다리 각). 下(아래 하)자를 쓰는데

비추고 돌아 본다. 다리 아래를 비춰본다는 의미로

“다리 아래를 비춰 보고 돌이켜 본다”라는 뜻이지요

 

조고각하(照顧脚下)

삼불야화(三佛夜話)라는 선화(禪話)에 나오는 화두(話頭)로서

불교(佛敎)애서 유래(由來)한 용어이지요

 

옛날 중국(中國) 송나라(宋나라) 때 오조 법연이라는 선사(禪師)가 있었어요

이 오조 법연선사 밑에 삼불(三佛) 제자가 있었는데

불감(佛鑑)혜근, 불과(佛果)원오, 불안(佛眼)청원스님이었지요

 

어느날 법연이 세 명의 제자(弟子)와 밤길을 밝혀 산길을 내려오다

가랑잎이 솟구치는 바람에 그만 등불이 꺼져버렸어요

 

사위(四圍)는 칠흑(漆黑) 같았고 발밑은 천(千)길 낭떠러지였지요

큰 짐승이 있던 시절(時節)이라 생사(生死)를 장담(壯談)할수 없는 상황(狀況)이었어요

 

법연은 제자들의 수행(遂行)도 가늠할 겸(兼) 자신(自身)의 두려움도 떨칠 겸

“자 이제 어떻게 하여야 하느냐?”라고 어둠 속에서 제자들에게 물었지요

그러자 첫 번째로 불감(佛鑑)혜근이 그들이 처한 상황과 느낌을 말했어요

"광란(狂亂)하듯 채색(彩色) 바람이 춤을 추니 앞이 온통 붉사옵니다"(彩風舞丹宵) 하였고

두 번째 불안(佛眼)청원은

"쇠 뱀이 옛길을 가로질러 가는 듯하옵니다"(鐵蛇橫古路) 하며 뜻 모를 말만 늘어놓았지요

 

그러자 마지막으로 불과(佛果)원오의 말이 걸작(傑作)이었어요

"우선(優先)은 불을 비추어 발밑을 봐야 할 것입니다"

이른바 ‘조고각하(照顧 脚下)’의 현답(賢答)을 추려내는 순간(瞬間)이었지요

마지막 원오 극근의 말,

이 얼마나 현실성 있고 의미심장한 말인가

 

조고각하(照顧 脚下)는 각자 발밑을 조심히 살펴서 걸으라는 말이지요

어둔 밤길은 한발 한발 조심히 살펴 걷는 것이 최상이지요

한 발 잘못 걸으면 산길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발밑을 살펴보라는 말은 살아 있는 말(活句)이기도 하지요

발밑을 보지 않으면 천길 만길 절벽 밑으로 떨어져 죽게 될지도 몰라요

그래서 발밑을 살피라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우리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來日)도

항상(恒常) 저 높은 이상(理想)을 향해

어떤 목표(目標), 종착역(終着驛)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달려 가지요

 

그러나 그 보다도 더 중요(重要)한 것은

내 발밑, 내 주변(周邊), 내가 처(處)한 작금(昨今)의 현실(現實)을 직시(直視) 하고

“다시 한번 뒤돌아 생각해 보라”는 뜻이 조고각하(照顧脚下) 이지요

 

신발 정돈이 잘 되어 있는 집은 도둑도 그냥 간다고 하지요

털어 갈 것이 없다는 것이지요

도둑도 단념케 하는 것이 조고각하이지요

그러나 조고각하가 신발 정돈만 잘하라는 말은 아니지요

거기에 담긴 깊은 뜻은 삶을 통찰하라는 말이기도 하지요

우리의 삶 전체를 살피고 돌아보라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어요

 

이제 약동하는 새봄이 활기차게 다가오는 요즘

조고각하(照顧脚下)

잠시(暫時) 하던 일을 멈추고 지금의 나, 내가 걸어 온길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 왔는지, 나는 누구인지

한번쯤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 보는것도 좋을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