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바치 아내의 후회(皮匠之妻後悔)
.
어떤 갖바치의 아내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이웃의 한 사내가 그녀를 한번 안아보고 싶었으나
.
그 여인의 마음을 알지 못하여
여인으로 하여금 음욕(淫慾)을 가지도록
계획하고는갖바치의 집을 찾아갔다.
가서 보니 갖바치는 윗방에서 신발을 만들고 있었고,
그의 아내는 건너 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갖바치가 찾아온 뜻을 묻자 이웃 사내는,
"나의 양물(陽物)이 너무 커서 보행에 방해가 되고
.
또한 불편할 때가 많으니 혹시 사슴가죽으로
갑(匣)을 만들어 거기다 넣고 끈으로 허리띠에
걸게 하면 좋을 것 같은 데, 당신이 그 갑을
만들어 줄 수 있겠소 ?" 하고 물었다."
갖바치가,
"그렇다면 그 모양을 보여 준다면
마땅히 만들어 주겠소." 하니
이웃 사람이 곧 돌아앉아 바지를 벗었다.
갖바치가 어깨너머로 보니 물건이 둥근게
두어 주먹 되고 길이가 거의 반자나 되니 놀라면서,
"이건 말의 그것과 과히 틀리지 않으니
참으로 훌륭합니다." 하였다.
.
이웃 사내가,
"이건 보잘 것 없소. 한번 행사할 때 바라보면
정말 놀랄 것이오." 하고 말하니
갖바치의 아내가 이 대화를 듣고
염선(艶羨 ; 요염하고 음탕함을 선망함)을 이기지 못하여
마음 속으로 은근히 바라게 되었다.
갖바치가 이웃 사내에게,
"내가 집에 있을 때 곧 그것을 만들어
.
가죽 궤속에 넣어 둘테니 내가 없을 때라 하더라도
집사람에게 말하고 가져가시오." 하고 말하였다.
이웃 사내는 며칠 후 갖바치가 멀리 출타한 것을 알고
밤에 갖바치의 집으로 가니,
"주인은 밖에 나가고 없습니다." 하고
갖바치의 아내가 말하였다.
그러자 이웃 사내가,
"내가 부탁한 물건이 있는데 주인이 없더라도
.
가져가라 하였소. 어디에 두었는지 알고
있습니까 ?" 하고 물었다. 이에 갖바치의 아내는,
"이미 만들어서 궤짝 속에 잘 두었습니다.
들어와서 가져가시지요." 하고 대답하였다.
이웃 사내가 방으로 들어가자 여인이 눈으로
추파를 던지니 이웃 사내는 여인의 마음이
움직인 줄 알고 마침내 끌어안고
.
방사(房事)를 하게 되었는 데,
갖바치 아내가 보니 사내의 양물이
제 남편의 양물보다 못하여 그제야 여인은 그의 술책에
속은 것을 깨달았으나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보기 좋게 당한 뒤에 한탄만 하고 있는 데,
.
다음 날 또 그 이웃 사내가 찾아왔다.
갖바치가,
"어제 피갑(皮匣)을 가져갔다 하는데,
크기가 어떻소?" 하고 물었다.
이에 이웃 사람이,
.
"비록 작기는 하지만 꽤 쓸만 합디다." 하고 대답하자
갖바치의 아내가 건너 방에 있다가
이 말을 듣고 분을 참지 못하여 눈을 흘기며,
"그런 양물은 3백개라도 받아 넣겠다.
.
네 대가리째 빠져 들어온다고 해도 어찌 크다고
하겠는가 ?" 하고
작은 것에 속아서 몸을 준 것을 애석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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