홑치마 입은 과부 허벅지
옛날에 점도 치고 운세도 보고 묘 터도 잡아 주는
떠돌이 탁발승이 몇년 만에 운암골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 동네에 머물 적마다 그가 묵는 집은 마을 어귀에 있는 대평씨네 집이다.
대평씨와는 동갑내기로
친구처럼 말을 놓고 지내던 사이라 사립문을 열며 “대평아, 네 형님 왔다!”
큰소리치며 들어갔는데 “아이고 도사님 오셨군요.”
소복 입은 대평씨 처가 부엌에서 나와 반갑게 맞았다.
대평씨가 벌써 2년 전에
이승을 하직했다는 말에 탁발승은 저으기 놀랐지만
“타고난 명이 짧은 사람이라….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죽을 운세를 알았다는 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탁발승이
주막에 가서 자겠다며 삽짝을 나서려 하자
“여기서 유하시며 우리 그이 명복이나 빌어 주시지요.”
그는 마지못한 척 사랑방에 바랑을 들여놓았다.
천도제를 지낸다며 빈소에서
소복 입은 과부는 두손 모아 빌고 탁발승은 목탁을 두드렸다.
떠돌이 탁발승은 목탁을 두드리면서도
소복 입은 과부가 꿇어앉아 절을 할 때마다 두쪽으로 벌어진 탱탱한 둔부에
눈길이 가 하초가 뻐근해졌다.
과부도 비록 탁발승이지만
남자하고 둘이 한방에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흔을 갓 넘긴 과부는
아직도 탈상을 못해 소복을 입었지만 가끔씩 이부자리 속에서
좋았던 시절의 남편을 생각하며
옥문이 질척거리도록 손장난을 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어느 날 밤,
요염하게 핀 복사꽃에 달빛이 앉아
과부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과부는 닭 한마리를 잡아 곡차 한병을 곁들여 사랑방에 들여놓았다.
대평씨 생전에
둘이서 고기 먹고 술 마신 터지만 탁발승은 놀랐다.
닭을 뜯고 잔뜩 취해서
소피를 보러 가던 탁발승이 부엌에서 물소리가 나 틈새로 들여다 봤더니
과부가 푸짐한 육덕을 드러내놓고 목욕을 하고 있었다.
사랑방에 돌아와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던 탁발승은 벌떡 일어났다.
안방에 들어갔을 때
저 과부가 고함이라도 치면 도망가서 두번 다시 이 동네에
발길을 들여놓지 않으면 될 것 아니야!
내가 집이 있나 절이 있나!”
그는 발가벗고 옷과 신발을 바랑에 넣어
안방 앞에 가서 처마 끝에 매달아 뒀다. 여차하면 바랑을 낚아채서 냅다 뛸 참이다.
한편, 과부는 닭 잡아 술상을 올릴 때부터 의도한 터라
문틈으로 탁발승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문고리도 안 잠그고
소복 홑치마만 입은 채 허벅지를 내놓고 자는 척하고 있으려니
벌거벗은 탁발승이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와 더듬더듬 과부에게로 다가왔다.
과부는 이리로 오란 듯이 두팔을 벌렸다.
깜깜한 방에서 팔을 벌리던 과부의 손등이 탁발승의 뺨을 살짝 치자
화들짝 놀란 탁발승이 후다닥 뛰쳐나가
처마 끝에 매달아 놓은 바랑을 낚아채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짧은 봄날 밤이 가고
희뿌옇게 동이 트기 시작했다.
서둘러 옷을 입으려고 한손에 잡은 바랑을 내려놓고 보니
아뿔사 그것은 처마 끝에 걸려 있던 짚으로 엮은
닭둥우리였다.
논밭으로 가던 동네 사람들이
닭둥우리로 아랫도리를 가린 벌거벗은 탁발승을 만났다.
“도사님, 이 꼭두새벽에 어인일로…?”
“어흠 어흠.
점괘를 봤더니 이렇게 하고 들판을 돌아야
올해 풍년이 온다네.
나무아미 타불.관세음 보살..계속...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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