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하수댁 셋째 며느리 꽤
하수댁에게 세번째 며느리가 들어왔다.
첫째 며느리를 쫓아내고 둘째 며느리도 들들 볶아 쫓아낸 시어머니는 또 팔을 걷어붙였다.
한번 쫓아낼 때 힘들었지 두번째는 어렵지 않았고 새로 들어온 셋째도 보아하니 기가 보드라워
보여 콧방귀를 뀌었다.
유복자 외아들을 금이야 옥이야 키워서 며느리랍시고 들어온 년한테 빼앗길 수는 없는 법!
찢어지게 가난한 오씨네 집에 매파가 들락거릴 때 부모들은 반대했지만 첫째딸 순덕이는
보릿고개 걱정 없는 하수댁네에 세번째 며느리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열여덟살 순덕이는 이날 이때껏 부모 말 안 따른 적이 없고 누구하고도 말다툼 한번 한 적 없는
순둥이라, 그 억센 하수댁에게 시달려 한달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어미가 말렸지만
생전 처음으로 제 고집을 꺾지 않았다.
시집간 순덕이는 입속의 혀처럼 굴며 시어머니 하수댁을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시집간 지 한달이 지나자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안방은 물론 하수댁이 차지했지만, 마루를 사이에 둔 건넛방도 있고 사랑방도 있는데
굳이 미닫이로 칸막이한 윗방을 신방으로 쓰라는 것이다.
핑계인즉슨 안방과 윗방이 같은 구들이라 군불을 아끼잔다.
유복자 신랑이란 게 열아홉이나 돼서 젖먹이처럼 툭하면 제 엄마하고 잤다.
안방과 윗방 사이 미닫이는 서로 보이지만 않는다뿐이지 숨소리까지 다 들렸다.
모처럼 신랑과 합방을 하려고 부스럭부스럭 옷을 벗을라치면 하수댁이
“아이고 허리야, 애비야 여기 와서 내 허리 좀 두드려다오.”
색시 젖꼭지를 빨던 신랑은 두말하지 않고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미닫이를 열고
제 어미한테로 갔다.
어떤 날 밤에는 하수댁 코 고는 소리를 듣고 신랑과 운우의 정을 한창 나누는데
안방의 하수댁이 콜록콜록하더니
“아이고 죽겄다. 물 좀 떠오너라.”
순덕이 신랑을 밀쳐내고 부엌으로 가 물 한대접을 떠 올렸다.
신랑이 귓속말로
“그거 할 때 색시 감창소리가 너무 커.”
순덕이는 깜짝 놀랐다.
자신도 몰랐던 사실이다.
밭에 일하러 간 신랑에게 점심을 싸들고 가서 산속에서 치마를 깔아놓고 방사를 치르기도 했다.
어느 비 오는 날, 하수댁이 마실을 가자 신랑이 순덕이 치마를 벗겨 열나게 일을 치르는데,
하수댁이 돌아와 한다는 소리가
“저년이 내 아들 이골을 다 빼먹는구나.”
이튿날 밤, 조심조심 방사를 치르고 나서 신랑은 코를 골고 자는데 순덕이가 자지 않고
귀를 세웠다.
안방에서 장롱 여는 소리가 나더니 좀 있다가 가느다란 신음이 났다.
다음 날 하수댁이 아들과 장에 갔을 때 순덕이 안방에 들어가 시어머니 장롱을 뒤졌다.
깊숙이 주머니에 싼 목신(木腎)을 찾았다.
순덕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어머니 나이 이제 서른아홉!
시어머니 하수댁은 버릇처럼 아들에게 허리를 주무르라며
항상 하는 얘기가 “네놈 업어 키우느라 내 허리가 이 꼴이야.”
하루는 순덕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어머님,
정골과 접골을 잘하는 스님을 알고 있습니다.
친정어머님도 허리가 아팠는데 그 스님이 깨끗하게 고쳤습니다.”
하수댁이 거절할 말이 없었다. 다음날, 순덕이 모시고 온 스님은 어깨가
딱 벌어졌는데 수염이 텁수룩해 도대체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하수댁을 엎어놓고 점잖게 지압을 하다가 가끔 엉덩이 쪽으로
솥뚜껑 같은 손이 오면 하수댁이 움찔했다.
사흘 후에 다시 오겠다 하고 스님은 떠나갔다.
“어머님, 어떠세요?”
“그것 참 시원하네.”
사흘 후는 장날이다.
스님이 오자 순덕이는 신랑과 장에 갔다.
장에 다 도착했을 때 순덕이가 갑자기
“내 정신 좀 봐라. 어머님한테서 장 볼 돈을 받아서 안 갖고 왔네.
후딱 집에 다녀올게요. 점심때 그 국숫집에서 기다리세요.”
신랑한테 말하고 당당 걸음으로 집으로 달려갔다.
댓돌에 스님 신발이 보이고 안방에서는 벌써 요란한 감창소리가 마루에서도 들렸다.
안방 문을 확 열었다. 스님의 등을 꽉 잡고 밑에 깔린 시어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순덕이는 얼른 문을 닫고 집을 나와 장터로 내달렸다.
순덕이 저녁나절 집에 돌아왔을 때 시어머니 하수댁은 며느리 볼 낯이 없어 집을 비웠다.
사흘 후, 순덕이는 하수댁이 가출해 머무는 과부 친구 집에 가서 정중히
한쪽 팔을 부축해 시어머니를 모시고 돌아왔다.
시어머니 하수댁이 서리 맞은 범처럼 풀이 죽어 순덕이와 눈이 마주칠까봐
설설 기지만 순덕이는 더욱 자상하게 시어머니를 모셨다.
장날마다 순덕이와 신랑은 집을 나와 장에 가고 스님은
순덕이네 집으로 가 하수댁 허리를 주물렀다.
하수댁 얼굴이 확 피어났다.
어느 날 하수댁은 곳간 열쇠를
며느리 순덕이 허리춤에 매어줬다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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