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마을에 자식들과 함께 사는 홀아비가 있었다.
큰딸이 이제 열여섯 나이라 곧 시집을 보내고 나면
집안 일을 돌볼 사람이 없어
재혼을 하려 해도 홀아비의
나이가 많아 마땅한 재혼처를 구할 수는
없었으므로 과부를 하나 보쌈하여 업어올
작심을 하였는데 마침 아랫마을에
젊은 과부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아랫마을
과부는 도처에서 노리는 보쌈꾼들에
대비하여 밤이면 식칼을 베개 밑에다 놓고
자다가 남자들이 들어오면 칼을 휘두르기도 했고,
때로는 고추가루 주머니를 해놓고 기다렸다가
방문으로 들어오는 남자의 면상에 뿌려 눈을
뜰 수 없게 하고 재채기만 하며 되돌아가게
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닌 사나운 여인이었다.
과부는 이렇듯 방비를 하였으나 피로하여
매일같이 이리 할 수는 없는지라,
어느 날 꾀를 내어 친정에서 스무 살이 되었어도
가세가 빈한하여 아직 장가를 들지 못한
남동생을 집에 데려다가 자기 방에 재우고
과부는 뒷방에서 안심하고 잠을 자게 되었다.
이를 모르는 홀아비는 마을 청년 몇을 청하여
술을 먹이고 그 과부를 보쌈해오게 하였는 데
청년들은 과부집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과부에게 큰 이불 홋청을 둘러씌워 둘둘 말아
업어와서 홀아비의 집 안방에 내려놓고 돌아갔다.
홀아비가 불을 끄고 보쌈을 풀어 과부를 끌어내어
옷을 벗기려 하자 과부의 남동생은 힘을 주어
달려드는 홀아비를 걷어 차버렸다.
홀아비는 과부가 아마 첫날이어서
분이 안 풀린 모양이려니 생각하고 큰딸을 불러
업어온 새어머니와 같이 자면서 위로하고
안심시키라 이르고 사랑방으로 건너갔다.
큰딸은 아버지가 과부를 업어 왔으리라 여기고
안방으로 들어가 깍듯이 예를 갖추어,
"어머님, 노여워하지 마시고 오늘밤은
소녀와 함께 주무시지요."
하고서 치마 저고리를 벗고 과부의
남동생이 덮고 있는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홀아비가 사랑방에서 큰딸이 들어간 안방 쪽에 귀를
기울여 보았으나 싸움이 벌어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잠잠하므로 흡족해 하면서
다음날 날이 밝으면 과부를 달래기로 하였다.
한편 안방에서는 나이가 스물이 넘도록
장가를 못 든 과부 남동생이 처녀가 치마 저고리를
벗고 자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데
가만 놓아 둘 리 없었다.
이튿날 아침이 되어 큰딸이 부엌에서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놀란 홀아비가 물었다.
"왜 그러고 먼 산만 바라보고 서 있느냐?"
"아버지 방에 들어가 보셔요.
업어 온 사람은 과부가 아니예요."
홀아비가 놀라서 안방으로 가보니 안방에는
과부가 아닌 건장한 총각이 앉아 있었다.
다시 놀란 홀아비가,"너는 누구냐?'
"예? 저 말입니까?
저는 어젯밤 보쌈으로 업혀온 이 집 사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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