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가네 막내인 우 서방이 장가를 들었다.
가난한 집안의 막내라 세간이라고 받은 건
솥 하나, 장독 하나, 돌투성이 밭뙈기
그리고 철도 안 든 수송아지 한마리뿐이다.
먹고살 길은 산비탈을 개간해
밭뙈기를 늘려가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려면 소가 쟁기질을 해야 하는데,
아직도 툭하면 큰집 어미 소에게 달려가는
수송아지를 키워 길들이는 일이 급선무다.
우 서방은 송아지 키우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추수하고 난 남의 콩밭에 가서 낟알을 줍고
산에 가서 칡뿌리·마뿌리를 캐다 쇠죽솥에 넣었다.
그랬더니 송아지는 금세 엉덩짝이 떡 벌어지고
머리 꼭대기엔 뿔이 삐죽 올라왔다.
이젠 길을 들일 참이다.
큰집 형님 지시대로 냇가 모래밭에 소를
끌고 나가 쟁기를 씌우곤 형님이 앞에서
코뚜레를 잡고 우 서방이 뒤에서 쟁기를 잡았다.
멋대로 뛰어놀던 송아지가 제대로 할 턱이 있나.
형님이 코뚜레를 낚아채자 송아지는 앞발로는
모래밭을 버티고 뒷발로는 모래를 퍼부었다.
“회초리로 등짝을 후려치며 ‘이랴’ 소리쳐.”
형님이 이렇게 고함쳐도 우 서방은 어린 송아지를
때릴 수도 없고 소를 모는 형님에게 대고 ‘이랴,
이랴’ 할 수도 없어 “형님, 우로 가십시오”
“형님, 멈추세요” “형님, 좌로 가십시오”
이렇게 말했다.
보름쯤 지나자 소가 제법 길이 들었다.
여전히 형님이 코뚜레를 잡고 우 서방이 쟁기를 잡았다.
“형님, 저쪽으로 도세요.” “형님, 서세요.”
마침내 우 서방은 산비탈을 개간하기로 했다.
그런데 냇가 모래밭에서는
그렇게도 잘하던 녀석이 산비탈 밭에서는
우이독경이다. “이랴, 이랴” 산골짝이 떠나갈 듯
소리쳐도 다리에서 뿌리가 내렸는지 꼼짝도 안 한다.
형님이 올라와 쟁기를 잡고 회초리로 때리며
“이랴, 이랴” 목이 쉬어라 외쳐도
쇠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형님이 씩씩대며 내려간 후 우 서방은
곰방대에 담배를 말아넣고 부싯돌을 치는데,
이때 번개처럼 떠오르는 게 있었다.
우 서방이 쟁기를 잡고 “형님, 어서 갑시다”
했더니 소가 걸음을 떼는 것이 아닌가.
“형님, 왼쪽으로 도세요.” ”형님, 서세요.”
우 서방은 말 잘 듣는 소의 목덜미를 안고
빙긋 웃었다.
어느 봄날, 우 서방이
“형님, 오른쪽으로 가세요” “형님,
그 자리에 서세요” 하면서 돌밭을 가는데
지나던 홍 영감이 이를 보고 묻는다.
“우 서방,
그렇다면 자네는 저 황소의 동생인가?”
기분이 나빠진 우 서방은 ‘형님’이란 말을 빼고
“어서 갑시다” 했다. 소는 꼼짝을 않는다.
“형, 갑시다” 해도, “형님, 가자” 해도 발을 안 뗀다.
꼭 “형님, 갑시다” 해야 쟁기를 끄는 게 아닌가.
이튿날부터 우 서방네 산비탈 밭뙈기엔
구경꾼들이 몰려와 배꼽을 잡고 뒤집어졌다.
우 서방은 쟁기질을 하지 않았다.
헛걸음한 구경꾼들의 발길이 끊어지고야 쟁기질을
했지만 그러자 또 다시 구경꾼이 몰려들었다.
화가 난 우 서방이 소를 몰고
우시장으로 갔지만 소문이 났는지 아무도 안 산다.
내친 김에 도축장으로 끌고 갔더니 소가
그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닌가. 암소가
녀석을 낳을 때 탯줄을 끊어주었고, 장가올 때
녀석을 받아 이렇게 듬직하게 키워놓고는
이제 와 도축장으로 보내다니! 우 서방은 소의
목을 얼싸안고 울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오던 우 서방은 이상한 일을 겪었다.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친 덩치 큰 황소를
우 서방네 어린 황소가 들이받아
개천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우 서방은 돌밭에 매년 콩을 심었고,
쇠죽솥에는 콩이 그득해졌으며,
황소의 덩치는 우람해졌다.
이때까지 전적은
12전 12승. 이 고을 저 고을에서
소싸움 대회를 열었다 하면 우 서방네
‘형님 황소’가 장사가 되었다.
“형님, 옆구리를 파고드세요.
” “형님, 계속 밀어붙이세요.”
소싸움 대회장엔 폭소가 터진다.
단오 대회에서는 금송아지,
칠월칠석 대회에서는 송아지 한마리,
추석 대회에서는 금 스무돈….
우 서방은 부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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