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못 낳는 석녀라고 시집간 지 3년 만에 쫓겨난 심실이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신랑이란 작자의 상판대기라도 볼 수 있어야 애를 만들든지 돌부처를 만들든지 할 것이 아닌가.
밭에 씨를 뿌려야 싹이 나지!
혼례를 올리고 첫날밤을 지새운 신랑이 한숨을 쉰 후 가뭄에 콩 나듯이 신방을 찾더니
1년도 채 되지 않아 거의 발길을 끊었다.
들리는 소문에 신랑은 첩을 얻어 딴살림을 차렸다는 것이다.
시집이 만석꾼 집안이라 심실이는 소박맞을 때 번듯한 기와집과 문전옥답 백마지기를 얻어 나왔다.
정직한 먼 친척 아저씨가 심실이의 집사가 되어 소작농들을
잘 관리해 심실이네 곳간은 나락섬이 넘쳐났다.
심실이는 걱정거리가 없다.
그러나 밤이 문제다. 방물장수 할머니한테서 목신(木腎)을 샀다가 한달 만에 싫증 나고,
소가죽으로 만든 걸 비싼 돈을 주고 샀지만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어느 날은 입이 무거운 소작농 한사람을 안방으로 불러들였다.
심실이는 점점 대담해져 이웃집 머슴을 끌어들이고 나서는
이 남자 저 남자 닥치는 대로 잠자리를 함께했다.
심실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아야 하는데 아직도 그녀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도대체 심실이를 꽉 채워 줄 남자가 없는 것이다.
“세상 남자들이 왜 이 모양들인가? 호리병에 젓가락 꽂기야.”
밤을 함께 지새운 남자를 떠나보내고 나서 심실이는 언제나 이렇게 탄식했다.
어느 날 장터에 나갔다가 심실이는 눈이 번쩍 뜨이는 탁발승을 만났다.
골격이 장대한데다 무엇보다 코가 엄청 컸다.
그 탁발승도 심실이와 눈이 마주치자 무엇에 홀린 듯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심실이는 몸종을 시켜 탁발승에게 청을 넣어 집으로 모셔 왔다.
다른 남자들 대하듯이 노골적으로 이불 속에 끌어들일 수는 없어 우선 환심을 사려고 시주를 했다.
“스님, 이거 약소하지만 제 정성으로 받아 주십시오.”
엽전꾸러미를 받아 든 탁발승은 거금에 깜짝 놀랐다.
“스님, 목이 마르실 텐데 곡차나 한잔 드시지요.”
청주 석잔을 연거푸 마시기에 닭을 한마리 삶아 올렸더니 상 위에 뼈만 남겼다. ‘
곡차에 고기를 뜯는다면 그건 말할 것도 없지.’ 심실이는 쾌재를 부르며 촛불을 껐다.
하늘엔 천둥·벼락이 치고 땅은 요동을 쳐야 할 일인데 운우는 싱겁게 지나가고 말았다.
심실이는 화가 치밀었다. 옛말 틀린 게 없는데,
코가 크면 양물도 크다더니 코는 주먹만한데 양물은 번데기다.
심실이는 본전 생각이나 탁발승을 눕혀 놓고 이번엔 그 큰 코 위에다 음문을 맞춰 비벼댔다.
거웃에 콧잔등이 헐어 시뻘게진 코를 어루만지며
탁발승이 그 집을 나와 터덜터덜 걸으며 중얼거렸다.
“옛말 틀린 게 없는데….
입이 작으면 그것도 작다 했는데 그 보살은 작은 입에 하발통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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