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으로 바뀐 압송
아전 (僧換押吏)
.
옛날에 한 중이 죄를 짓고
체포되어 문초를 당하고,
마침내 멀리 떨어진 곳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
그리하여 형조의 한 아전이
이 중을 귀양지까지
압송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며칠 동안 이 중은
그 아전과 함께 걸어가면서,
조금씩 말도 붙이고
다정하게 굴며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
하루는 날이 저물어
객점(客店)에 들어가
밤을 지내는 동안,
중은 아전에게
술을 많이 먹여 취하게 했다.
.
그리하여 압송 아전이
술에 만취해
정신을 잃고 잠든 사이,
중은 그의 머리를 깎고
자신의 고깔을 씌운 다음,
자기가 입고 있던
납의(衲衣)도 벗어
그에게 입혔다.
그리고는 자신이 압송 아전의
복장을 착용하고
대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나서,
그 위에 벙거지를 쓰고
긴창을 짚고 일어서니,
영락없는 압송 아전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
이에 새벽이 되기를
기다린 중은
아직도 술이 덜 깬
압송 아전을 소리쳐 깨우니,
그는 또한 영락없는
중의 모습이었다.
.
압송 아전이 일어나
자신의 몸을 살피니
밤새 자신의 모습은
중으로 변해 있었고,
머리를 만져보아도 대머리라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리하여 압송 아전은
차츰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몸을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탄식하듯 말했다.
.
'그거 참,
알 수 없는 일이로다.
중은 분명히 여기 있는데,
그렇다면 본래의 내 몸은
어디로 갔단 말이냐?‘
.
이에 압송 아전은
중으로 바뀐 채,
귀양지로 가서
고생을 했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너무 웃어 허리가
잘록해졌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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