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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와 군중 난기류

써~니 2022. 11. 3. 17:21

♣ 이태원 참사와 군중 난기류 ♣

 

많은 사람이 모이면 왜 치명적일까요?

종교, 스포츠, 축제는 가장 많은 군중을 끌어들이는 세 가지 요소 이지요

그래서 압사사고도 보통 이와 관련된 행사에서 많이 일어나곤 하지요

그럼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 수십, 수백명이 깔려 사망하는

압사 사고가 일어나게 하는 핵심 원인은 도대체 뭘까요?

 

보통은 그 원인을 인간의 실수, 즉 심리에서 찾는 경우가 많아요

흥분하거나 술에 취한 몇 명이 바보 같은 짓을 했거나,

나쁜 의도를 가지고 밀치기 시작한 게 원인이라는 식이지요

지금 이태원 참사를 두고도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몇 명이 ‘밀어! 밀어!’하며 밀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사고는 예전부터 끊이지 않았다고 하지요

그래서 이와 관련해 축적된 연구들도 상당히 많아요

주로 심리학이 아니라 역학 즉 힘에 따라 물체의 위치와 속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탐구하는 과학 연구들이지요

그 연구들의 결론은

‘누군가의 나쁜 의도가 없어도 일이 끔찍하게 잘못될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개념이 ‘군중 난기류(crowd turbulence)’,

다른 말로는 ‘군중 지진(crowd earthquake)’이라 하지요

 

2006년 이슬람 성지인 메카에서 압사사고가 발생해

363명의 순례자가 사망했어요

당시 메카 지역엔 200만명이 넘게 몰렸다고 하지요

메카 순례자들은 ‘미나’라는 곳에서 돌을 던지는 의식을 하는데

악마를 쫓아낸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성지순례의 마지막 의식이지요

이걸 일몰(日沒)전에 하기 위해 순례자들이 서둘렀어요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대형참사가 일어 나고 말았지요

그리고 이 사건과 관련해 가장 안타까운 점은 2015년에도 같은 곳에서

2400여명의 순례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지요

그런데 이 사고는 CCTV로 모두 촬영이 됐어요

그 45분짜리 영상을 독일의 물리학자 더크 헬빙(Dirk Helbing)이 분석했지요

영상에 나오는 모든 사람의 위치와 속도를 추적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만들어 연구한 것이지요

그 결과 아주 중요한 발견을 했어요

인구 밀도가 ‘평방미터 당 6명’이란 임계치에 도달하면

‘군중 난기류’ 현상이 생긴다는 걸 밝혀낸 것이지요

그 정도 밀집 수준에선 신체 간 물리적 접촉이 너무 강해져서

조금만 움직여도 난기류가 급증하면서 무지막지한 압력 파동이 사람들을 덮친다는 설명이지요

지진이 발생할 때 생기는 ‘충격파’와 비슷해서 ‘군중 지진’이라고도 불렀어요

이후에도 비슷한 사고는 계속 일어 나지요

2010년 7월 독일 뒤스부르크 음악 축제인 ‘러브 퍼레이드’에서 대형 압사사고가 발생했지요

러브 퍼레이드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DJ들이 총출동하는

최대 규모의 테크노댄스 음악 축제였지요(이 사건으로 영구 중단됨).

경찰 추산 40만명(언론 보도에서는 100만명)이 축제장에 몰렸어요

울타리로 둘러싸인 행사장은 사실상 출입구가 하나뿐이었지요

축제장소로 들어가거나 나가려는 사람들은 높다란 벽으로 둘러싸인

경사로와 폭 20m짜리 터널을 지나야만 했어요 

이 경사로와 터널에 빼곡하게 사람들이 들어차면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

떠밀리며 비명을 지르던 사람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이지요

결국 21명이 사망하고 651명이 부상을 당했어요

사망 원인은 압축성 질식, 즉 너무 많은 압박을 받아 숨을 쉬지 못해 사망한 것이지요

사건 이후 많은 독일 언론은 일부 참가자들이 비상탈출로인

좁은 계단으로 돌진하는 바람에 뒤엉켜서 사고가 커졌다고 보도했어요

그러나 더크 헬빙 교수가 당시 영상들을 분석한 결과는 달랐지요

메카 사고와 똑같이 '군중 난기류'가 원인으로 밝혀졌어요

몇 명이 밀거나 우르르 몰려가서가 아니라,

사람이 말도 안 되게 많았던 것 자체가 문제였던 것이지요

사실상 가만히 서 있던 사람들이 질식하여 사망한 것이지요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점점 더 가까워져서 빽빽하게 서게 되지요

이렇게 밀도가 높아지면 의도치 않게 서로 몸이 닿게 되는데

그 결과 한 사람의 힘이 옆 사람에게 전달되지요. 

이렇게 힘이 합산돼 증폭되다 보면 일종의 상전이(물질 상태가 바뀌는 현상)처럼

갑자기 엄청난 힘의 파도(군중 난기류)를 일으킨다는 것이지요

누가 일부러 막 밀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생길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더크 헬빙 교수는

“아무도 무자비하게 행동하지 않는데도

어떻게 사람들이 죽을수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그것은 한 몸에서 다른 몸으로 전달되는 힘이 있기 떼문"이라 말 하였지요

(더크 헬빙 교수, 2012년 블룸버그 인터뷰)

특히 러브 퍼레이드 사고는 평평하지 않은 경사로였던 점,

일방통행이 아니라서 축제장으로 들어가는 사람과 나오는 사람이 엉킨 점도

희생을 키운 이유로 분석됐어요

(이태원 참사와 비슷한 부분이지요).

임계치(평방미터 당 6명)를 넘어가는 밀도에서

군중은 거대한 유체 덩어리가 된다는 게 헬빙 교수 설명이지요

그 속의 개별 인간의 몸은 시냇물 속 미세한 알갱이처럼 되고 마는데

자갈이나 모래 같은. 누구도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꼼짝 달싹 못하고 숨을 못쉴 정도로 압락이 가해지면

질식하게 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하지요

군중 난기류는 일단 생기면 방법이 없다고 하지요

자연에서 일어나는 난기류나 지진처럼 

처음부터 생기지 않게 예방하는 수밖에 없어요

적절한 장소 선택과 준비가 정말 필요하고

무엇보다 인구 밀도를 줄이는 게 상책이라 하지요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건 출입구를 여러 개 만들어 압력을 분산시키고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게 일방통행을 해야 하지요

회전교차로에서 자동차가 들고 나기 쉬운 것처럼,

보행자들이 순환해서 통행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몰려드는 걸 막겠다며 길에 울타리를 세우는 건 더욱 치명적이지요

장애물이 돼서 위험을 더 키우기 때문인데

사람들을 멈추게 하는 것보다는 계속 통행하게 하는게 훨씬 더 안전한 방법이지요

콘서트 같은 행사장에서 카메라로 군중을 모니터링해서

위험신호를 감지해 미리 경고하자는 방법도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되지요

 

그럼 그 임계치인지 아닌지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주변 사람들 몸이 내 양쪽 어깨와 몸의 여러 곳에 닿고 있다고 느낀다면

평방미터 당 6명 이상인 것이라 하지요

손을 자유롭게 움직일수 없어서 얼굴을 만질 수가 없다면?

위험한 밀도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하네요

 

참고로 군중 역학적으로 아주 완벽하게 설계된 건축물이 있어요

바로 로마의 콜로세움이지요

여기엔 최대 7만3000명을 수용할 수 있고, 76개의 번호가 매겨진 출입구가 있어요

사람들은 들어갔던 문으로만 나올 수 있지요

콜로세움은 5분 이내에 전원이 대피할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요

현대의 최신식 경기장도 그 정도 효율엔 도달하지 못하고 있어요

 

만약 내가 엄청난 인파에 갇혀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수 있을까요?

군중행동 전문가인 메디 무자이드가 2019년 쓴 글을 참고하면 다음과 같아요

① 위험 신호에 눈을 뜨고 탈출하라

‘사람이 많아서 불편해. 기분이 안 좋아’라고 느꼈나요?

그게 바로 위험하다는 신호이지요

얼른 주위를 둘러보세요.

가장 붐비는 혼란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찾아야 하지요

군중에 갇히면 앞에서 뭐가 벌어지는지 하나도 안 보이지요

울타리를 오르거나 난간에 올라선다면 어디로 탈출할지를 빨리 알아낼수 있어요

도망칠수 있을때 빨리 달아나야 하지요

② 똑바로 서 있자

탈출하기에 너무 늦었다고요.

그럼 이제 가장 중요한 건 균형을 유지하고 똑바로 서 있어야 하지요

넘어지면 다시 못 일어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줄줄이 넘어지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수 있어요

가방이나 물건을 바닥에 두진 말아야 하지요

바닥에 배낭 하나만 있어도 누군가가 넘어져 죽을 위험이 있는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지요

③ 숨 쉴 산소를 확보하라

산소가 가장 중요하지요

이태원 사고 이후 뉴스에서도 많이 보았지만

팔을 가슴 앞으로 들어 올려 술 쉴 공간을 유지해야 하지요

압사 사고의 원인은 질식이므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비명을 지르지 말고 호흡을 조절해야 하지요

④ 흐름에 따라 이동하라

밀릴 때 그 압력에 저항해서 뒤로 밀지 말어야 하지요

그냥 흐름에 휩쓸려 가야 하지요

옆사람을 밀면 그 힘이 증폭돼서 다시 나에게 돌아오게 되지요

한번에 여러 사람이 밀면서 힘의 파도가 생기는 것,

그것이 바로 그 위험한 '군중 난기류'이지요

⑤ 벽에서는 멀리 떨어져라

흐름에 따르면 안 되는 유일한 경우가 있어요

올라갈수 없는 벽 같은 장애물 바로 옆에 있는 경우이지요

자칫 장벽에 갇힐수 있어 매우 위험하지요

벽에서는 떨어져 있어야 압사를 면할수 있어요

⑥ 서로 도와줘라

이타적인 행동은 군중 속에서 전염성이 있다고 하지요

(이기적인 행동도 마찬가지).

주변 사람을 도와주어야 하지요

단결된 군중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크지요

 

그럼 여기서 주요 내용을 다시금 요약하면
1.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압사 사고가 일어나는 건

   몇몇 사람 탓이기보다는 ‘군중 난기류’ 현상 때문이다

2. 임계치를 넘는 밀도로 사람이 밀집되면 의도치 않게 몸이 닿으면서 힘의 파동이 생긴다

   그 결과 일부러 누가 밀지 않아도 압사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3. 군중 난기류는 예방밖에 방법이 없다

   적절한 규모의 장소에서, 충분한 출입구를 확보하고, 일방통행해야 한다

 

이제 군중 난기류가 치명적인 압사사고의 핵심 원인이라는 데는

학계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어요

그러나 현실에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문제 이지요

이번 이태원 참사처럼 주최자가 없이 자연 발생적으로 인파가 몰릴 경우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요

지나친 통제는 억압으로, 너무 느슨하면 방관으로, 몰매를 맞기 쉽상이지요

 

그래서 보통 이런 사고가 나면 모두들 ‘누구의 책임이냐’를 찾기에 급급하지요

특히 무질서한 일부 군중을 비난하며 희생양으로 삼는 경향도 있어요

그런 비난은 구조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지요

또 이런 사고를 미리 예방치 못한 행정기관에 화살을 돌리기도 하는데

이 또한 애꾸진 희생양만 만들 뿐이지요

이제부터라도 모든 행사에  '군중난기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여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지요

그러면서 냉철한 이성으로 돌아와 희생된 분들의 명복과 그 가족들을

위로하는데 온 힘을 기우려야 하지요

 

 

 

▲ 이슬람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모습.(압사사고와는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 2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던 2010년 독일 뒤스부르크 ‘러브 퍼레이드’ 축제 현장.

높은 벽에 둘러싸인 경사로에 사람이 밀집하면서 사고가 발생했어요

일부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양옆 비상계단으로 올라가 탈출하고 있어요

▲ 이 정도로 완벽하게 안전한 건축물이 있다니. 로마 콜로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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