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고전

홀아비로 지내는 박진사

써~니 2022. 12. 6. 11:08

 

금방 탄로 날 일

 
어느 곳에 일찍이 상처를 하고

홀아비로 지내는 박진사가 있었다.
한번은 박진사가 친구의 생일 잔치에 초대되어

 맛 좋은 새우요리를 한 번 먹어 보고는
늘 새우요리, 새우요리하며 입버릇처럼

 타령을 하던 차에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마침 한 짓궂은 친구가 커다란 새우 열댓 마리를

선물로 사들고 가서 박진사의 몸종을 불러내어
새우 요리하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고는 장난삼아 말했다.
"이 새우를 삶으면 네년이 진사 어른과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당장 알게 된다."
"어떻게 그런 것을 알 수 있을까요 ?"
몸종은 깜짝놀라 물어보았다.
"즉 그런 사실이 있다면 이 새우는 빨갛게 된단다."
이 말을 듣고 몸종은 부엌 안으로 들어갔다.
친구와 박진사는 이야기꽃을 피우며 이제나저제나

 하고 새우 요리가 나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데 한식경이 지나도록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박진사가 안에다 대고 소리쳤다.
"얘야, 새우 요리는 어찌 되었느냐 ?"
"예, 이제 곧 가지고 나갑니다."
몸종이 부엌 쪽에서 대답했다.
그러나 그 다음에도 상당히 기다리게 한 뒤에야

 겨우 몸종이 빨갛게 익어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새우요리 접시를 들고 나와서는 상위에 내려

놓더니, 얼굴이 새우보다 더 새빨개져서
박진사를 보고 말했다.
"그러기에 쇤네가 뭐라고 그랬사옵니까.

 금방 탄로가 날거라고 여쭙지 않았사옵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