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고전

말위에서 움직이는 송이버섯

써~니 2022. 12. 15. 10:18

말위에서 움직이는 송이버섯 (馬上松餌動)

어떤 선비가 말을 타고 가는데

여러 촌부(村婦)들이 빨래를 하고 있는 냇가에 다다랐을 때에

마침 스님 한 분과 만나게 되었다.

선비가 그 스님에게,"스님은 글을 아시오?

아신다면 시를 한 수 지어 보시지요" 하자

 

스님이,"소승은 무식하여 능하게 시를 지을 수 없습니다" 하고

겸손하게 말하는데

선비가 먼저 냇가의 빨래하는 여인네들을 바라보며,

" (川邊紅蛤開) 시냇가에 홍합이 열렸으니" 하고

시를 읊고는 스님에게 다음 시귀를 재촉하였다.

 

그러자 스님이"선비님의 시는 육물(肉物)이라

산승(山僧)이 같은 육물로는 댓귀(對句)하지 못하겠습니다.

엎드려 비오니

채소 반찬으로라도 댓귀한다면 가히 용서하시겠습니까?"

하고 물으니

선비가"그것이 무엇이 어려운 일입니까?"

라고 대답하자

 

스님은,

" (馬上松餌動) 말위의 송이버섯이 꿈틀대는도다. " 하였으니

실로 포복절도(抱腹絶倒)할 댓귀였다.

선비와 스님의 시를 합하면

川邊紅蛤開 시냇가에 홍합이 열렸으니

 

(천변홍합개)

馬上松餌動 말위의 송이버섯이 꿈틀대는도다.

(마상송이동)

라는 뜻이니,

 

냇가에서 빨래하는 여인네들의 허연 넓적다리를 바라보며

선비가 말위에서 음심(淫心)을 품게 됨을

은유적(隱喩的)으로 표현한 시라 하겠다.

'야담, 야설, 고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참봉과 멧돼지  (0) 2022.12.19
새가 울면 추워요 (此鳥鳴時甚寒)  (0) 2022.12.17
잘난 체 하는 기생  (0) 2022.12.15
뺨 맞은 황제(皇帝)  (0) 2022.12.12
큰댁, 작은댁의 유래  (0) 2022.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