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고전

잘난 체 하는 기생

써~니 2022. 12. 15. 10:16

잘난 체 하는 기생

 
잘난 체 하는 기생이 있었다.

하루는 어수룩해

 보이는 젊은 나그네가 그 기생을 찾아갔는 데
기생은 이 나그네를 한껏 깔보고 대뜸

시험부터 해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선달님, 글 배우셨지요 ?"
"못 배웠네.""원, 세상에도. 남자가 글을

모르면 얼마나 답답하시겠소. 

그렇지만 손등이 하얀 걸 보니
무식장이 같이는 안 보이는 데 제가 하나

 물어볼 테니 대답을 해 봐요. 소나무는 왜 오래
사는지 아세요?"


"그럼 학이 잘 우는 까닭은 알아요?"
"그것도 모르지."
"원 저런! 그럼 길가에 있는 나무가

 떡 버티고 선 이치도 모르세요?"
"아무 것도 모른다니까."


기생은 나그네가 하나도 제대로 대답하는 것이

없으므로 콧대가 더욱 높아졌다.
"그러니까 배워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일러 드릴 테니 들어보시우.
소나무가 오래 사는 것은

그 속이 단단한 까닭이구요.


학이 잘 우는 것은 목이 긴 까닭이구요.
그리고 길가의 나무가 버티고 서있는 것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끌려는 까닭이에요.

아시겠수?"


나그네는 그제서야 정색을 하면서 물었다.
"하하, 그래 ? 소나무가 속이 단단해서

 오래 사는 것이라면 대나무는 왜

속이 비었어도 오래 살며
사시사철 푸르기만 한가? 

 

학은 목이 길어서 잘 운다지만

 개구리는 목이 짧아도 울기만 잘하지
않는가?

그리고 자네 어머니가 길가에

 잘 버티고 서더니만 그것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끌려고 그러는 것인가 ?"


그때서야 코가 납작해진 기생이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짧은 밤에 얘기만 하고 지내시렵니까?

  어서 이불 속으로 드셔서

 쇤네를 품어 주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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