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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과 비한

써~니 2021. 12. 26. 10:34

 

 

◆ 이명(耳鳴)과 비한(鼻鼾) ◆

귀에 물이 들어간 아이가 귀에서 자꾸 피리소리가 들렸어요

아이는 신기해서 제 동무더러 귀를 맞대고 그 소리를 들어보라 했지요

동무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하자

아이는 동무가 알아주지 않는것을 몹시 안타까워 했어요

이것을 보고 이명현상(耳鳴現想)이라 하지요

 

시골 주막에서 여럿이 한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어요

한사람이 코를 심하게 골아 다른 사람이 잠을 잘수가 없어서

견디다 못해 그를 흔들어 깨웠지요

그가 벌떡 일어 나더니 '내가 언제 코를 골았냐'며 화를 버럭 냈어요

이렇듯 남은 아는데 나는 모르는것을 비한현상(鼻鼾現想)이라 하지요

 

조선시대 실학자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

그의저서 '공작관문고 자서(孔雀館文庫 自序)'에서
귀울음(耳鳴)과 코골기(鼻鼾)에 대하여 의미있는 글을 썼어요

 

귀울음(이명:耳鳴)은 병인데도 남이 안알아 준다고 난리고

코골기(비한:鼻鼾)은 병이 아닌데도 남이 먼저 알고 있는것에 대해 화를 내지요

정말 좋지 않은것을 지녔는데도 남이 안 알아주고

나의 치명적 약점을 자신은 모르는데 남들은 모두 먼저 아는 것이지요

 

연암 박지원은 이르기를

나만 알고 너만 모르는 이명(耳鳴) '득실재아(得失在我)'라 했어요

득실재아는 '얻음과 잃음은 나에게 달려 있다'는 뜻이지요

이명은 병인데도 남이 알아주지 않으니 앓는 사람만 근심스러울 뿐이지요

너만 알고 나만 모르는 코골이 비한(鼻鼾)'훼예재인(毁譽在人)'이라 하였어요

훼예재인은 '헐뜯고 칭찬하는 것은 남에게 달려 있다'는 뜻이지요

코골이는 병이 아닌데도 남이 흔들어 깨우니 버럭 화를 낼수밖에 없어요

다시말해

"득실재아(得失在我) 훼예재인(毁譽在人)"

"얻고 잃음은 내게 달려있고 기리고 헐뜯음은 남에게 달려 있다"는 뜻이지요

 

내가 성취가 있는데 남이 칭찬해 주면 더할나위 없지만

사람들은 칭찬에 인색해서 헐뜯고 비방하기 쉬운 법이고

또 내가 아무 잘한것이 없는데 뜬금없이 붕 띠우면 이 또한 불편한 것이지요

그래서 변덕이 심한 세상 사람들의 기리고 헐뜯음에는

그저 관조(觀照)할뿐 일희일비(一喜一悲) 할것이 못된다 했지요

다만 나 자신이 떳떳한지 한번쯤 돌아보는 것이 먼저라 했어요

 

그럼 좋은 글을 쓰고 본(本)이 되는 삶을 살려면 어찌하면 좋을까요?

내 이명(耳鳴)에 현혹되지 말고

내 코고는 습관(鼻鼾)을 인정하면 된다 했어요

그러면서 남을 헐뜯고 비방하기 이전에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습관을 가지라 했지요

 

이제 아름다운 가을이 고즈녁히 익어가고 있어요

우리 이 가을부터는 남의 단점은 감추어 주고
남의 장점에는 칭찬을 아끼지 말기로 해요

남을 칭찬하면 열배 수무배로 돌아온다 했지요

 

아무튼 연암 박지원은 조선 최고의 글쓰기 문장가 였어요

그는 '글을 짓는 사람은 오직 진실해야 한다'고 말했지요

그러면서 어린아이들이 잠자리 잡는 모습을 보면

진실한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을 알수 있다고 했어요

 

나뭇가지에 앉은 잠자리를 잡기 위하여 어린아이는 일단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른 후

앞무릎을 살짝 굽히고 뒤에 둔 무릎은 힘을 빼지요

그리고 손가락을 집게 모양으로 만들어 살며시 잠자리의 뒤쪽으로 가져가지요

조심조심 다가서는 순간 '아~' 잠자리는 날아가 버리지요

어린아이는 또다시 시작하지요

이번엔 집게손가락을 곧게 펴서 잠자리의 눈동자 쪽에서 빙빙 회전을 하지요

'아뿔싸~' 이번에도 잠자리는 휘잉 날아가 버리고 말지요

어린아이는 속도 엄청 상하지만 부끄럽기도 하지요

이 순간이 바로 진실함이지요
그래서 이명과 비한(코골이)은 절실함에서 나오는 진실(眞實)이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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