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패(狼狽)와 교활(狡猾) ◆
우리 한자어에 보면 개견(犬)자 있어요
이는 개를 의미하는 견(犬)자 이지요
그런데 이 견(犬)자는 개를 의미하는 견자로 쓰일뿐만 아니라 한자 부수로도 사용되고 있어요
그러니까 다른 문자의 오른쪽인 방(傍)이나 다리부분인 밑에 쓰일때에는
본래의 글자인 견(犬)으로 쓰이지만
다른 문자의 왼쪽인 변(边)에 쓰일때에는 개 견(犬 )자가 (犭) 이런 모양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지요
이때는 부수이름도 개 견이 아니라 '개사슴록변'이라 불리게 되는 것이지요
개사슴록변이란 말은 개와 사슴을 아울러 이르는 말인데
이 견(犭)이 다른 문자와 어울려서 "개나 사슴처럼 생긴 동물"을 의미하게 되지요
그러니까 이 개사슴록변(犭)이 들어있는 글자는
모두 동물이거나 또는 동물의 특성을 함축한 글자로 보면 되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개 구(狗), 살괭이 리(狸), 돼지 저(猪),고양이 묘(猫) 등등 이지요
그런데 우리말 중에 낭패(狼狽)라는 말이 있어요
이는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기대에 어긋나 딱하게 되는것"
또는 "갈길은 먼데 날은 어두워지고 근처에 인가도 없으니 이거 참 낭패일세"
할때 사용되는 말이지요
그러니까 무언가 계획대로 안 될 경우를 낭패라 하는 거지요
그런데 이 낭(狼)과 패(狽)라는 한자에도 개사슴록변(犭)이 들어가 있어요
그럼 낭패라는 말이 동물이름 아닌가요?
맞아요
낭패(狼狽)는 이리 낭(狼)자에 이리 패(狽)자를 쓰는데
지금은 멸종단계에 있는 '이리'를 뜻하는 말이지요
이리는 개과에 속하는 산짐승으로 늑대보다는 조금 크고 귀가 쫑긋하며
성질이 몹시 사나워 사람과 가축을 해치는 포악한 짐승이지요
그런데 어찌하여 일이 잘못된것을 이리에 비유 했을까요?
중국 당(唐)나라때 단성식(段成式)이라는 사람이
신기하고 괴이한 이야기(경전에도 내려오지 않는)를 모아 엮은 책
유양잡조(酉陽雜俎)에 보면
"옛날에 낭(狼)이라는 이리와 패(狽)라는 이리가 있었다
낭(狼)은 태어날때부터 뒷다리 두개가 없거나 아주 짧았고
패(狽)는 앞다리 두개가 없거나 아주 짧았다
그런 연유로 두 녀석이 서로 의지해야만 일어설수 있고 걸을수 있었다"라고
기록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낭(狼)과 패(狽)는 함께 있어야만
서로 보완하여 일어서거나 움직일수 있으므로
따로 떨어지게 되면 정말로 "낭패스런'일이 아닐수 없는 것이지요
우리 옛말에
"소경이 앉은뱅이를 업고 물을 건넌다"는 말이 있어요
낭(狼)과 패(狽)는 서로의 단점을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동물인 셈이지요
그런데 본의 아니게 두마리 동물이 서로 떨어져 있게되면
둘다 아무것도 할수 없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지요
또 두마리가 함께 합심하여 길을 가다가 호흡이 안맞아 서로 떨어지면
낭과 패가 서로 갈라지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이 상황을 '낭패'라 부르게 되었지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쓰는 낭패(狼狽)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된 것이지요
또 낭자(狼藉)라는 말도 있어요
옛날 무협소설이나 검객소설을 보면 '선혈이 낭자하다'라는 말이 나오지요
이때 '선혈'은 생생한 피라는 뜻이고
'낭자하다'는 여기저기 흩어져 어지럽다는 의미이지요
여기서 낭자(狼藉)라는 말을 풀이하면
낭은 이리 낭(狼)자를 쓰고 자는 깔개자리 자(藉)를 쓰지요
그러므로 낭자란 '이리의 잠자리'라는 뜻이 되지요
그러니까 이리는 깔고 자는 자리의 풀로 장난치기를 좋아해서
그 잠자는 굴을 들여다 보면 온통 뒤죽박죽 지저분하기가 짝이 없어요
그래서 낭자(狼藉)는 어지러이 흩어진 모양을 가르키는 말로 쓰이고 있지요
또 간사하고 꾀가 많다는 뜻의 교활(狡猾)도 있어요
"아주 약아 빠지고 잔꾀가 많다
뒷전에서 몰래하는 짓이 교활하기 짝이 없다
교활하기는 마치 백년묵은 여우같다" 등으로 쓰이지요
그런데 교활(狡猾)이라는 한자에도 개사슴록변(犭)이 들어가 있어요
교활(狡猾)은 교활할 교(狡)자에 교활할 활(猾)를 쓰는데
중국 책 산해경(山海經)에 등장하는 각각의 동물 이름 이지요
물론 교(狡)라는 동물과 활(猾)이라는 동물은
용(龍)과 마찬가지로 상상속에만 존재하는 동물인데
먼저 교(狡)라는 동물은 개를 닮았으며 온몸에 표범무늬가 있고 머리에는 쇠뿔이 있어요
그런데 이 교(狡)가 세상에 나타나면 큰 풍년이 든다고 사람들을 현혹(眩惑)하지요
그러나 교(狡)는 나타날듯 말듯 애만 태우며 실제로는 나타나지 않아요
풍년을 바라는 민심을 기만하는 놈인지라
불명예스러운 단어, 교활(狡猾)의 첫 음절이 되었어요
활(猾)은 사람처럼 생겼는데 온 몸에 돼지털이 나있고 생김새부터가 흉악하지요
울음소리는 도끼로 나무를 찍는 소리와 닮았다고 하지요
활(猾)은 뼈가 없으며 질긴 가죽으로만 되어 있어 씹을수가 없어요
그래서 호랑이 같은 맹수를 만나면 몸을 공처럼 만들어 스스로 잡혀 먹히지요
이는 내장을 파 먹기위한 술책이지요
활(猾)은 고통을 견디다 못해 죽은 맹수의 몸에서 빠져나와 소리없이 웃는다고 하지요
"교활한 미소"라는 말은 그래서 만들어 졌다 하지요
요즘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진실을 외면한채 어지러운 괘변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자가 있어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가려 질까요?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교활(狡猾)하게 살면 낭패(狼狽)를 당하는 법이라고 첨언(添言)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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