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과부 막실댁과 홀아비 영감
옛날!아주 먼옛날에
서른셋, 한창 농익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막실댁은
데리고 온 여종 삼분이와 둘이서 네댓마지기
논밭을 일궈가며 남의 집에 양식 꾸러 가지 않고도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경칩이 지나서 난데없이 폭설이 내려 일손을 묶어 놓더니 갑자기
따뜻한 남풍이 불어 옛말처럼 봄눈 녹듯이 눈이 녹아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부랴부랴 밭갈이를 하느라 온 동네가 부산해졌다.
막실댁은 아랫마을로, 여종 삼분이는 윗마을로
한나절 내내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소를 빌리러 다녔지만 허탕만 치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 마주 보고 한숨만 쉬었다.
“이모, 별수 없심더. 오목이 영감탱이한테 가는 수밖에....”
쉰을 갓 넘긴 홀아비,
오목이 영감은 두마리 소를 기르면서도 좀체로 남에게 소를 빌려 주지 않는
심술 첨지다.
“뭐라꼬! 논밭을 묵혔으면 묵혔지 그 영감탱이한테서
소를 빌려 밭갈이는 못하겠다.”
매번 막실댁이 오목이 영감댁에 소를 빌리러 갔다가
소도 못 빌리고 돌아와 욕만 퍼부어댔던지라,
이번엔 여종 삼분이가 직접 가서
통사정해 보기로 하고 막걸리 한호리병을 들고 집을 나섰다.
얼마 후 삼분이가 씩씩거리며 돌아왔다.
“불지옥에 떨어질 영감탱이 같은이라고 !”
막실댁은 삼분이가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알고 있었고,
돌아온 삼분이도 막실댁이 오목이 영감한테 소 빌리러 갔다 오면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알게 되었다.
오목이 영감탱이는 막실댁에게도,
삼분이에게도 소를 빌려 줄듯 말듯 하면서 손목을 잡고 방으로
끌어들이려 했던 것이다.
춘분이 지나자 속이 타는 건 막실댁이다.
“삼분아. 이러다가는 올 농사 못 짓고 우리 둘 다 굶어 죽을 판이다.
네가 두눈 딱 감고…. 어떻게 안되겠냐?”
삼분이도 생판 처녀가 아니고
시집갔다 한달 만에 쫓겨 나온 경력이 있는지라 못 이기는 척
오목이 영감댁에 갔다.
영감이 삼분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옷을 벗긴 다음
새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우리 소 두마리 이름이 아롱이와 어룽이다.
내 양물이 네 옥문에 들어갈 때 너는 ‘아롱이’라 말하고
나올 땐 ‘어룽이’라 해야 한다.” 알았지? ㅋㅋㅋ
삼분이는 처음에는
“아롱이, 어룽이, 아롱이. 어룽이…” 하다가 숨이 가빠지자
아롱이와 어룽이는 어디로 가고 “아 어 아 어….”
소리만 질렀다. 이이시려라..
얼마 후 소고삐를 잡고 들어올 줄 알았던 삼분이가
빈손으로 들어와 막실댁에게 여차여차는 저차저차 하고 자초지종을
털어놓자 막실댁이, “아롱이 어룽이 그 두마디도
제대로 못하고 틀려서 빈손으로 돌아오냐!”
타박을 주더니 홱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고
직접 삽짝을 나갔다.
얼마 후 막실댁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상한 것은 삼분이도 막실댁도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더 이상 오목이 영감에게 욕을 하지 않았고,
번갈아 오목 영감에게 3일 돌이로 소를 빌리러 갔는데
삼분이는 주로 낮에
막실댁은 야밤에 소를 빌리러 갔다 하더이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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