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적선
조 진사 대신 술값 계산한 점쟁이 친구 며칠 후 거액의 복채를 받게 되는데… 조 진사가 지필묵을 사려고 오랜만에 친히 장터에 나왔다. 세후 첫 장날이라 점쟁이 좌판이 보였다. 조 진사는 ‘올해 운세나 한번 볼까나’ 하고 발걸음을 멈추고, 거적때기를 깔고 쪼그려 앉아 있는 점쟁이 앞에 두루마기 자락을 추스르며 주저앉았다. 꾀죄죄한 점쟁이가 육갑을 짚어보더니 “칠월에 물 조심만 하면 운수대통은 아니더라도 무병무탈이오.” 조 진사가 껄껄 웃으며 “이 나이에 무슨 대통할 일이 있겠소, 무병무탈이면 족하지.” 바로 그때,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어~이게 누구야!” 점쟁이와 조 진사는 서로 두손을 마주 잡았다. 두사람은 국밥집에 마주 앉아 탁배기 잔을 부딪히며 지난날 서당시절로 얘기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