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던 나그네가 어느 날
이왕이면 새것 하고
길 가던 나그네가 어느 날 날은 저물고
비가 내려 외딴 오두막집에서 하룻밤 묵게 됐다.
그런데 단칸방뿐인 그 집에는 시집 안 간
시누이와 과부 올케 두 여자만 살고 있었다.
방이 하나여서 처음엔 부엌 바닥에 재워 주는
것만도 고마웠으나 춥기도 하고 해서
나그네는 차츰 생각이 달라졌다.
나그네는 꾀를 내 자꾸 큰기침을 해대며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자 시누이가,
"형님, 저 나그네가 딱하니 방에 들어오게 해서
윗목에서 재우도록 하지요."
하고 청하여 올케가 나그네를 방으로 들였다.
나그네는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차리며 그냥
들어오지 않고 짚신을 가지고 들어와 입에 물고
윗목에 눕는지라 이를 괴이쩍게 여긴
시누이가 연유를 묻자 나그네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잠꼬대가
심해서 다들 잠을 못 주무실 것입니다."
하고 대답한 후 피로한 듯
금세 코를 골며 잠에 곯아떨어졌다.
그러자 궁금해진 시누이와 올케가 나그네의
입에서 살그머니 짚신을 빼어낸 후 아랫목으로
재빨리 내려와 이불을 덮고 눕는 순간
나그네가 갑자기,
"에, 참. 저 년 좀 데리고 잤으면 좋겠다.
아이고, 한 번 데리고 잤으면 좋겠다"
하고 반복해 잠꼬대를 하며
두 여자의 마음을 떠본다.
그러자 올케도 그 말을 받아 자는 척하며,
"어이구, 데리고 자고 싶으면
데리고 자세요."
라고 화답한다.
드디어 나그네가 잠꼬대를 하는 척 아래쪽으로
굴러와 올케와 관계를 하자 아랫목에 누워있던
시누이가 분기가 탱천 하여 가로되,
"헛참, 기왕 할 거면 새것 하고 하지 헌 것하고 해?
원 제기랄 나 같으면 새것하고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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