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고전

그곳엔 이빨이 있다는 소문

써~니 2022. 8. 22. 17:42

 

어느 시골에 한 과부가 살고 있었다.
말은 과부이나 죽은 남편이 남겨 놓고 간 재산이 제법 넉넉하여
생활이 궁핍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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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도 20대 과부는 수절을 하지만
30대 과부는 수절하지 못한다고 했으니,
그것은 20대의 과부가 운우의 극치를 어찌 알겠는가
하는 것이고 30대 주부는 알 것 다 알았으니
어찌 수절하겠느냐는 것이다.



이 과부는 20대에 남편을 보냈으니 수절의 전선에는
이상이 없는 처지였다.
남편 없이 산다는 것이 사실 어찌 보면
홀가분한 것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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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마음 한구석이 뭔가 허전하단 것만 제외하면
그것도 그런 대로 사는 맛이 없지는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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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일을 하다 보니 남정네가 없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
하인 하나를 데리고 사는 데
그것도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하여
숙맥같은 친구 하나를 아주 어렵게 구했다.



숙맥이란 어느 정도인가 하면, 도대체 여자는 관심이 없고
머리가 남보다 뛰어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자기 직분에 충실한 녀석을 찾는데 오랜 시간을 허비하다가
정말 숙맥 을 찾아 논밭일도 시키고
나무도 해 오게 하면서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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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에서는 이런 점을 들어 과부를
대단히 정숙한 아낙으로 인정하고 있는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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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외관이 미려하고 살결도 남달리 희고 깨끗하나
사는 것이 이리 단정하다 보니
동네 원근의 오입장이들은 그저 먼발치에서 침이나 흘릴 뿐
접근한다거나 추근거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가을 휘영청 달은 밝고 바람은 소슬하여
사람의 심회를 저으기 심란케 하는 날이었다.

초저녁 잠을 자다가 얼핏 깨어나 심야의 마당을 내려다보니
공연히 떠오르는 죽은 남편 생각에 긴 한숨이 절로 나는 것이었다.
그런 심란함은 여직 겪어 보지 못하던 일이라
그저 가슴만 아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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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죽은 사람이 되살아날 리 없으니
그쯤에서 심사를 덮고자 결심했다.
그러다 갑자기 요의를 느껴 에라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힐 겸,
시원스레 방뇨나 하자 하고 속옷 바람에 댓돌을 나섰다.

담곁에 갈기자니 아무리 깊은 밤이라 해도 정숙치 못한 듯 하고
멀리 측간으로 가자니 공연히 무섭고 하여
종종걸음으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할 일을 하고 군불도 좀 지피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관솔 불을 켜고 보니 부뚜막 옆에 언제 누가 파 놓았는지
작은 구멍이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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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 저기면 좋겠네 하고는 구멍을 잘 조준하고
힘차게 방뇨를 하는데 문제는 시원스럽고 통쾌하게 갈기는
과수댁이 아니라 쥐구멍 속의 새앙쥐였다.



갑자기 쏫아 지는 뜨거운 불벼락을 참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것인데 나오다 보니 그 길이 쥐구멍인 줄 잘못 알고
힘차게 파고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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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댁도 창졸간에 벌어진 일이라 뭐가 분명히 튀어 들어 왔는데
그것도 생각하지도 않은 곳에 뿌듯하게 기어들어 가고 있으니
재빨리 손을 대고 그놈의 꼬리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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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앙쥐는 기어 들어가자 하고 과부댁은 빼내자 하니 들락 날락 하는
심야의 줄다리기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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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두 번 할 때는 몰랐으나 몇 번 하다 보니 기분이
묘해지는 것 아닌가.



이전엔 몰랐던 새로운 감흥이 절로 나며 기운이 노곤한 것이
세상 이런 느낌이 있었는가 하고
저으기 의심스러울 일이었다.
.
세상에 이런 즐거움이 어디 다시 있으리요,
쥐꼬리를 잡고 부엌바닥에서 느끼는 이 절묘한 기분은
과부댁을 새롭게 태어나는 것처럼 세상만사
다 잊게 해주기 충분했다.
.
앞으로만 가던 새앙쥐도 이제 꼬리를 잡아 다니는 힘에 포기를 했는지
힘을 풀자 '퐁'소리와 함께 꼬리를 잡아 흔드는 힘에 끌려 빠져 나왔다.
과부는 재빨리 쥐를 제구멍에 도로 집어넣은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군불을 지피고 나서 부엌을 빠져 나왔다.



가을 밤 바람은 스산해도 그건 문제 될 것 없는 일이었다.
다음날 밤, 과부댁은 부엌에 어김없이 다시 들러 방뇨를 했고 새앙쥐는
정기적으로 튀어나와 꼬리를 붙들리게 되었다.
좋은 일은 늘 있는 것이 아닌 법이니 그 말은 이 경우에 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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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매일을 지내던 중 하루는 큰 사건이 벌어졌는데
과부댁이 앗차 잘못하여 쥐꼬리를 놓친 것이다.
쥐는 앞으로 가다 보니 갈 길이 막막해졌고
돌아서자니 길은 좁고 진퇴 양난에 빠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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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댁도 이 녀석이 워낙 깊이 들어갔으니
손으로 어쩔 수도 없고 고민에 빠질 수밖엔 없었다.
그러다 문득 행랑채에서 잠들어 있을 하인 생각이 났다.



낮에 밭일에 지친 녀석을 깨우는 것이 미안하긴 하지만
사정이 사정인지라 부득불 그 녀석을 깨우지 않고서는
일이 풀릴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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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대충 옷을 추스리고 나서 행랑채로 스며들어
코를 골며 잠들어 있는 숙맥 하인녀석을 깨웠다.
"아니, 마님 이 깊은 시간에..."
"잠든 자네를 깨워 미안하네."
.
"무슨 연유신가요?"
"지금 내가 하복통이 하두 심하여 어쩌질 못하겠네."
"복통이라시면, 의원을 모셔 올까요?"
"이녀석아, 의원을 불러와 해결 될 일이면 내가 여길 왜 왔겠느냐?


그리고 이렇게 야심한 시간에 먼길을 올 의원은 있겠느냐?"
"그러면 어찌하지요?"
"내가 아는 민간 요법이 있으니 네가 시술을 좀 해야겠다."
하고는 하인 녀석을 살살 구슬러 옷을 죄다 벗기고 나서
.
"그곳이 워낙 깊고 중요한 곳이라
시술을 진지하게 하지 않으면 안되느니라."
"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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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댁은 수술 자세로 눕고 하인 녀석은
매우 진지하게 조준을 하고 일을 시작했다.
그 동안 캄캄한 미로에서 숨어 있던 새앙쥐는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던 중 이게 뭔가,


도망갈 길이 다시 막히더니 엄청난 방망이가 뒤를 미는데
그 힘이 어찌 장대한지 몸을 오그려도 다가오고
잠시 후 다시 밀어붙이기를 연속하는 것 아닌가.
쥐도 구석에 몰리면 죽을 힘을 다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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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길에 몸을 틀어 정면으로 겨루기로 작심한 새앙쥐는
간신히 좁은 길에서 몸을 돌려보니
이건 얼굴도 분명 하지 않은 것이 입은 상하로 조그마하게 뚫렸는데
시시각각 다가왔다가 다시 물러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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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저 놈의 코를 물어 뜯겟다 하고 새앙쥐가 노리는 순간,
'팍' 하며 묽은 물을 뿌리는 것 아닌가.


이때다 싶은 새앙쥐는 그놈의 입을 사정없이 깨물었다.
'으악'
.
소리와 방사가 동시에 터진 것이다.
'뻥'하고 세상이 넓어진 틈으로 새앙쥐는
쏜살 같이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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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저녁 과부댁의 하복통은 깨끗하게 사라졌고
하인 녀석은 물건 한쪽의 살점이 떨어져 나간 뒤
여자의 근접을 삼가 했고
모든 여자들의 그곳엔 이빨이 있다는 소문을
동네에 퍼트리기 시작했으며
부엌의 쥐는 어디론 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