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고전

아내에게 속은 포졸 (捕卒見瞞)

써~니 2022. 8. 25. 15:27

아내에게 속은 포졸 (捕卒見瞞)

한 포졸이 있었는데,

늘 밤에 나가 거리를 순찰하다 보니 아내는 혼자 밤을 지내야 했다.

 

예쁘고 총명한 그의 아내는

어릴 때부터 어느 대감댁에서 자라며,

그 댁 마님의 몸종으로 귀여움을 받아, 이 포졸에게 시집을 보내준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내는 대감댁을 드나들며

이 댁에 자주 오는 어느 문객(文客)과 자연히 눈이 맞게 되었다.

 

그래서 남편이 순찰하러 나가면

그 문객을 집으로 불러들여, 밤마다 맨살을 맞대고 즐거움을 나누었다.

 

어느 날 밤에도 역시

남자와 즐겁게 놀고 있는데, 마침 그 남편 포졸이 자기 집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다

 

'초저녁부터 돌아다녀 피곤한데,

이왕 우리 집 근처에 왔으니 잠시 들어가 눈 좀 붙이면서 쉬었다

나오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자기 집 앞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간부(姦夫)와 놀고 있던

포졸 아내는 갑자기 대문을 두드리는 남편의 목소리를 듣고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금방 좋은 계책 하나를 생각해 냈다.

 

그래서 곧 간부에게

자신이 대처하는 것을 잘 보고 적절하게 행동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얼른 옷을 입고

나가 문을 열면서 남편에게 불평하듯 말했다.

 

"여보, 당신을 여태껏

기다렸는데 왜 이리 늦게 들어왔어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나야 늘 밤중에 나가는 사람인데,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니 그런 말이 어디 있소?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거요?

어서 얘기해 보오."

 

"아, 글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이제나 저제나 당신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고 애를 태우며

기다렸다는 말이지요."

 

"그건 그렇다 치고,

무슨 일이 있어 기다렸단 말이요?"

 

"예, 말씀드리지요.

대감댁 마님께서 사람을

보내 저를 부르셔서는 부탁을 하시지 뭡니까.

 

그 댁 친척 양반께서

다니러 왔다가 너무 늦어져 통금 시간에 임박해졌으니,

절더러 모시고 집에 가 있다가

당신이 들어오거든 댁에까지 잘 모셔다 드리라는

분부가 있었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내 기다리셨으니,

어서 빨리 잘 모셔다 드리세요."

 

이렇게 말하면서 포졸의

아내는 방안을 향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서방님께서는

속히 나오셔서 댁으로 돌아가소서!"

 

아내의 말에 포졸은

주먹으로 머리 뒤쪽을 두드리면서,

"내 초저녁부터 돌아다니다 보니 피곤해서 잠시 눈 좀 붙이고

쉬었다 나가려 했건만,

 

뭐 이런 생각지도 않던 일이 벌어지는지, 원."

이라고 말하며 짜증을 내는 것이었다.

 

이 때 방안에서

도포를 갖춰 입은 그 남자가 큰 기침을 하며 의젓하게 나와,

포졸을 향해 위엄있게 꾸짖었다.

 

"너는 속히 돌아오지 않고 왜 이렇게 늦었느냐?"

 

"아, 도련님!

순라를 도는 포졸이 어찌 서방님이 와 계신 줄 알고

속히 들어온단 말씀입니까?

 

댁은 어디쯤이신지요?

앞서 가시면 소인이 뒤에서 보호하여 따르겠습니다."

이리하여 포졸은

지친 몸으로 아내의 간부를 집에까지 잘 모셔다

드렸더라 하더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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