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고전

젊은 여인의 재치

써~니 2022. 10. 3. 15:52

야설-젊은 여인의 재치

 

과거에 낙방하고 말을 타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박도령은 한숨을 쉬는 대신
휘파람을 불어댔다.

처음 본 과거 시험이었고 조금만 더
공부를 하면 내년엔 거뜬히 붙을 것
같은데다 천성이 원래 낙천적이다.

꽃피고 새우는 춘삼월 호시절에
산들바람은 목덜미를 간질러 대고
만산에는 진달래가 붉게 타오르며
나비는 청산 가자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게으른 숫말은 책찍질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걸음을 재촉했다.

산허리를 돌자 박도령은 고개 끄덕이며
빙긋이 웃었다. 엉덩이가 빵빵한 암말이
꼬리를 흔들며 앞서 가고 있었다.

암말 위에는 초로의 영감님이 첩인 듯한
젊은 여인을 뒤에서 껴안은 채 산천경개
구경하며 한가로이 가고 있었다.

박도령의 숫말이 재바른 걸음으로 암말
사타구니 가까이 코를 벌름거리며
다가섰고, 벌써 양물은 힘차게 뻗었다.

길가 바위틈 약수터 앞에서 영감님이
말고삐를 잡아당겨 걸음을 멈추고
말에서 내려 첩을 안아 내리는데 힘이
달려 잘못하면 나뒹굴 뻔했다. ·

젊은 첩은 숫말의 양물을 보고
입을 벌리더니 박도령을 곁눈질하는데
눈가에 색기가 졸졸 흘렀다.

박도령의 숫말은 채찍을 맞았어도
발을 뻗댄다. 박도령도 말에서 내렸다.

젊은 첩이 약수 한사발을 떠서 영감에게
주더니 두번째 약수 사발은 박도령에게
내밀었다. 자연스레 영감님과 박도령은
수인사를 하게 되었다.

천석꾼 부자 영감님은 둘째 첩과 금강산
유람을 가는 길이었다.

영감님 눈길을 피해 첩은 박도령에게
야릇한 눈웃음을 보냈다.

엉덩이를 살랑살랑이며
진달래 한송이를 꺾어 머리에 꽂으면서도
박도령에게 눈웃음을 쳤다.

암수 두말이 떨어지질 않아 계속 동행을
하다가 결국 같은 주막에서 밤을 새우게 되었다.

마당가엔 다른 손님이 타고 온 수말들이
더해제 모두 다섯마리의 말이
코를 대며 킁킁거렸다.

저녁식사 후 주막집은 한사람 두사람 제
방으로 들어가 코를 골며 파장이 됐다.

박도령도 얼근히 취해 제 방으로 들어가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고 옆방 영감님과
젊은 첩의 옷 벗는 소리에 온 신경이
곤두섰다.

“잠깐만~”

영감님이 끌어안으려 하자 몸을 뺀 젊은 첩이
어딜 가는지 방문 소리가 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히이잉!”

말 울음소리도 요란하게 말굽 소리가
지축을 흔들어 땅딸보 주모가 고함친다.

“말 잡아요.”

고함소리에 이 방 저 방에서 손님들이
쏟아져 나와 사립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박도령도 일어나려는데
누군가 그를 부둥켜 안고 넘어졌다.

“도령님의 말고삐는 풀지 않았습니다.”

홑치마만 입은 젊은 첩과 박도령은
불덩어리가 되어 아무도 없는 주막에서
그대로 뒤엉켰다.

박도령의 방 안에 먹구름이 몰려와
소나기를 퍼붓고 뇌성벽력이 몰아쳤다.

일을 연거푸 두번이나 치르고 나서 젊은
첩이 제 방으로 돌아가자 그제야 객들이
제 말 고삐를 잡고 주막으로 돌아왔다.
영감님도 돌아왔다.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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