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시가 화냥질하다
옛날에 한 영감탱이가 논두렁길을 가고있는데
큰 암구렁이가 조그만 가물치하고 떡방아(교미)를 찧고 있었다.
영감이 이걸 보고 아무리 미물이라 해도
제 짝이 있는 법인데 큰 놈이 작은 놈하고 간식을 처먹는 것은
아무래도 도리에 어긋난 일 같아서
긴 담뱃대로 구렁이의 눈퉁이를 내리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구렁이는 제 집에 가서
서방한테 이르기를 내가 논두렁을 어슬렁거리는데
어떤 영감탱이가
지나가다가 담뱃대로 내 눈텡이를 내리쳐서 이렇게 눈텡이가
밤탱이가 됐다고 고자질을 했다.
이 말을 들은 숫구렁이가
아내의 원수를 갚아 주겠다고 암구렁이를 앞세우고
영감의 집으로 갔다.
그때 마침 영감은
마을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난 오늘 낮에 별난 거를 다 봤어.
큰 암구렁이하고 작은 가물치가 떡방아를 찧고 있기에 괘씸해서
암구렁이 눈퉁이를 담뱃대로 내리쳤다우."
이 말이 끝나자 마자
밖에서 우당탕하며 무엇이 떨어지는 벼락치는 소리가 들렸다.
밖으로 나가보니
큰 구렁이가 갈기갈기 찢겨서 죽어 있었다.
죽은 구렁이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낮에 담뱃대로 눈퉁이를 얻어맞은 그 암구렁이였다.
숫구렁이는
암구렁이의 말만 듣고 원수를 갚으러 왔다가
제 색시가 화냥질하다
얻어맞은 것을 알고는 오히려 화가 나서 암구렁이를 죽인 것이다.
이 말은
"한편 사람 말만 듣고 송사를 못한다"는
말인데 말이란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안다.는 속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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