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고전

효자 賞과 불효 罰

써~니 2022. 12. 26. 12:53

 

효자 賞과 불효 罰

 

사또가 부임하고 나서

 첫번째 할 일이라며 이방이 일러주는 걸 보니

 효부와 효자를 표창하는 일이었다.

전임 사또가

다 뽑아놓은 일이라 호명하는 대로

앞으로 나오거든 몇마디씩 칭찬의 말을 하고 준비한 상품을 주면

 되는 것이라고 이방이 일러주었다.

 

이방이

 장활하게 효자의 효행을 부연설명했다.

“이번에 효자상을 받을

 까막골 이운복은 아침 저녁으로 절구통에

 나락을 손수 찧어 키질을 해서 언제나 햅쌀밥같이 차진 밥을 그 아버지

밥상에 올린답니다.”

사또가

고개를 끄덕이며 “효자로다”라고 말했다.

사또가 동헌 대청 호피교의에

높이 앉아 내려다보니 효부 효자상 표창식을 보려고 몰려든

고을 백성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효자상, 까막골 이운복.”

이방이

목을 뽑아 길게 소리치자 수더분한

젊은이가 올라왔다.

사또가 칭찬을 하고

 상품으로 나락 한섬을 내렸다. 고을 백성들의 박수

소리가 동헌을 뒤집었다.

 

 사또 앞에 간단한 술상이 차려졌다.

사또가 한잔 마시고 잔을 효자 이운복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버지 연세는?”
“예순다섯이옵니다.”

“어머니는?”
“오래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아버지 연세는?”
“마흔둘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이날 이때까지 홀아비로 계셨느냐?”
“그러하옵니다.”

“여봐라.”
갑자기 사또가 일어서더니 벽력 같은

고함을 질렀다.

“내린 상품을 거둬들이고

 나이 사십에 홀로 된 아버지를 이날 이때껏 홀아비로 늙힌 이

 불효막심한 놈을 형틀에 묶어 볼기를 매우 치렸다.”

상을 타면 한턱 내라 하려고

 벌써 주막에서 한잔 걸친 친구들이 동헌에 다다르니 섣달 그믐께 떡치는

 소리가 들려오기에 구경꾼들 사이를 비집고 보니 상이 뭔가, 친구가 볼기짝을 맞고 있는 게 아닌가.

 

이운복이 풀려나기를 기다려 번갈아 업고 돌아왔다.

무슨 상을 받아올까 기다리며

 사랑방에서 새끼를 꼬던 운복의 아버지가 마당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방문을 열어봤더니 아들이 친구들에게 업혀서 돌아왔다.

 

놀라 버선발로 뛰어나갔던

 운복의 아버지는 아들 친구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사랑방으로

 돌아가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털썩 주저앉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 고을에 명관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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