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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선 양자경의 쾌거

써~니 2023. 3. 21. 11:40

🔸 우뚝선 양자경의 쾌거 🔸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인 양자경(楊紫瓊·양쯔충)의 첫 꿈은 발레리나였어요

십대 중반에 영국 왕립 무용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삶은 순탄했지요

척추 부상으로 첫 꿈을 접었지만 딛고 일어나 연기로 진로를 바꿨어요

1983년 미인 대회에 출전해 미스 말레이시아가 된 것을 계기로

홍콩으로 옮겨 영화에 뛰어들었지요

훗날을 대비해 무술도 익혔어요

2년 뒤 기회가 왔지요

‘예스 마담’ 주연을 맡아 단숨에 아시아 최고 여성 배우로 발돋움했어요

첫 전성기였지요

 

1987년, 사업가와 결혼하며 은막을 떠났다가 5년 만에 갈라서고 돌아왔어요

인생의 바닥까지 내려간 줄 알았는데 경쟁하던 배우들이

그 사이 사라진 덕에 다시 일어섰지요

‘중경삼림’의 임청하도 ‘천녀유혼’의 왕조현도 1990년대 초 영화계를 떠났어요

다른 배우들도 해마다 10여 편씩 출연하는 다작을 남발한 끝에

대부분 이른 은퇴를 맞았지요

 

그렇다고 그는 안주하지 않았어요

‘동양의 할리우드’였던 홍콩이 쇠퇴 기미를 보이자 ‘진짜 할리우드’행을 택했지요

007 시리즈 ‘네버 다이’에 본드걸로 출연했어요

이전 본드걸은 악당에게 붙잡혔다가 본드에게 구출되는 수동적 미인들이었지요

‘본드걸 양자경’은 달랐어요

본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역 없이 격투신을 소화했지요

“본드걸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할리우드에 안착했어요

두 번째 전성기였지요

 

양자경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올해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았어요

앞서 윤여정이 조연상을 받았지만 아시아 출신 주연상은 남녀 통틀어 처음이지요

허리 부상, 결혼 실패, 홍콩 영화의 몰락 등으로 쓰러질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나 도전을 거듭한 끝에 오른 고지 였어요

영화계는 “환갑에 세 번째 전성기를 맞았다”고 했지만

아카데미 단상에 선 그녀는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했지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미국에 이민 와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양자경)이 세무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키 호이 콴)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지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날 무게 3.85㎏, 높이 34㎝의 금빛 오스카 트로피를 쥔 양자경은

수상 소감에서 “내가 받은 이 트로피가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불꽃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지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라는 제목은

‘모든 것, 모든 곳, 한꺼번에’라는 뜻이지요

예언이라도 한 듯이 올해 작품상·감독상·남우조연상·여우조연상·각본상·

편집상 등 트로피 7개를 쓸어담았어요

 

양자경은 쿵후 스타로 알려졌지만 호쾌한 발차기는 태권도에서 배웠지요

한국 배우들과도 가깝게 지내고 있어요

지난 2월 골든글로브 여우 주연상을 받았을 땐

“나처럼 생겼고 나보다 먼저 이 자리에 선 분께 감사한다”는 소감과 함께

‘미나리’로 같은 시상대에 먼저 섰던 윤여정 사진을 자기 SNS에 올리기도 했어요

‘미나리’와 ‘에브리씽’에서 두 사람이 맡은 배역도 비슷해서

이민자 가정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 여성이지요

적지 않은 나이에 도전을 거듭해 최고 권위 영화상을 받은 인생 역정도 닮았어요

양자경의 다음 목표 중 하나가 한국의 봉준호 감독 작품 출연이라고 하지요

그녀의 네 번째 전성기는 한국 작품과 함께 맞았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양자경(양쯔충)이

시상식후 열린 오스카 파티에서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어요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홍콩 액션영화를 거쳐 할리우드에서 최초로 오스카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 쥐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