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똥에 개울물이 명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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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참봉은 요즘, 거시기가. 잘 서지 않는다.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떠벌리던 말수도. 부쩍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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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관에서 술을 마시고
수기생이 붙여주는, 제일 예쁜 기생과
뒷방에 깔아 놓은 금침으로 들어 갔건만,
식은땀만 흘리다가. 얼굴도 못 들고 나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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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안방에서. 부인도 안아줘야, 집안이 편한데
어린 기생 한테도 안 서는 놈이, 부인 한테. 설 쏘냐.
“내 나이 이제 마흔 하나. 이렇게 인생이 끝나서는 안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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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참봉은 황 의원 한테 매달렸다.
백년 묵은 산삼. 우황 사향. 해구신에다.
청나라에서 들어온 경면 주사까지 사 먹느라,
문전옥답 열두 마지기가 날아갔다.
그러나 효험은 없었다.
이 기생, 저 기생,
그리고 마음 편히 느긋하게 하겠다고
.
안방마님 치마도 벗겼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황 의원은 이번에 다른 처방을 내렸다.
“조 참봉, 아무리 명약 이라도
가슴속에서 불꽃이 타오르지 않으면 허사야.
어부인, 기생들 모두
닳고 닳은 헌 것 들이 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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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인 미 답의 새 것을 품어 봐요.”
조 참봉은 황 의원의 권고대로 논 다섯 마지기를 주고
소작농의 열다섯 숫처녀를 첩실로 맞아 들였다.
잔뜩 기대를 했건만 자라목 마냥
움츠린 양물은 기어 나올 줄 몰랐다.
조 참봉은 울화통이 치밀어
팔을 걷어 붙이고 황 의원을 찾아갔다.
“야 이 돌팔이 새끼야.
네놈은 오늘 내 손에 죽었다.
네놈의 처방을 따르느라 문전 옥답 몇 마지기가
날아 간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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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의원에게 주먹질을 하고도,
분이 안 풀려.
주막에 가서 술을 퍼 마셨지만 취하지 않았다.
삼경이 돼서, 뒤뚱 뒤뚱
집으로 돌아와 대문을 두드리 려니,
문간방에서 터져 나오는
간드러진 신음 소리에 조 참봉은 돌처럼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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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가 진흙 펄밭을 걸어가는 소리,
숨이 넘어 갈 것 같은 여인의 감창.
조 참봉은 이튿날 행랑 아범을
사랑방으로 불러 술 한잔 따르며 물었다.
“자네가 나보다 두살인가 많지 아마?”
꿇어 앉아, 조 참봉의 술잔을.
받은 행랑 아범은 어찌할 줄 몰랐다.
“그러한 줄 알고 있습니다.”
.
조 참봉은 자초 지종을 털어 놓았다.
“자네는 며칠에 한번씩 밤일을 치르는 고?”
“부끄럽습니다. 사흘 터울로….”
조 참봉이 깜짝 놀랐다.
“비결이 뭔가?”
.
이튿날 행랑 아범은
단봇짐 하나 메고, 조 참봉은 맨몸으로
그의 뒤를 따라 집을 나섰다.
첫날은 이십리도 못 걸었다.
턱과 목이 구분이 안되는 데다, 배는
산더미 처럼 솟았고.
걸음 걸이는 뒤뚱 뒤뚱.
평지를 걷는 데도,
헉헉 숨이 차고. 땀은 비 오듯 쏟아졌다.
어둠살이 내릴 때 주막에 들어간 조 참봉은,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쓰러져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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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을 먹고 또 걸으며 조 참봉 왈.
“오랜만에 잠을 푹 잤네.”
그날도 이십리,
다음날은 고개를 넘느라 시오리를 걸었다.
“자네 혼자 걸으면 하루에….”
.
조 참봉의 말이
떨어 지기도 전에 행랑 아범이 답했다.
“고개가 있으면 팔십리,
평지는 백리 쯤 거뜬히 걷지요.”
조 참봉은 헉 헉 거리며 물었다.
“그 음양수를 마시러
가는데 왜 말을 타면 안되는 건가?”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마는,
말을 타거나, 가마를
타고 가서. 그걸 마시면 말짱 허사가 됩니다요.”
조 참봉은 한숨을 푹 쉬었다.
“얼마나 가야 그 약을 먹고, 약수를 마실 수 있나?”
“참봉 어르신 걸음 으로는 석달 넘게 걸립니다.”
.
바위에 털썩 주저 앉은 조 참봉이 탄식을 하더니만,
두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거짓말이 아니지?”
행랑 아범이 단호히 말했다.
“거짓이면 삼년 치
소인의 새경을 받지 않겠습니다.”
.
어느 날,
소피를 보고 난 조 참봉이 고함을 쳤다.
“내 양물이 보이네!”
행랑 아범이 씩 웃었다.
올챙이 처럼 배가 튀어 나와 자신의 양물을
보지 못했는데
이제 그걸 보게 됐으니 배가 쏙 들어 갔다는 소리다.
걸음도 빨라져 하루에 오십리는 거뜬했다.
걸음에 지쳐, 주막에 들어 가면.
술 한잔 마시지 않고, 쓰러져 코를 골았다.
두달이 돼 갈 때 함경도 땅으로 들어가자.
조 참봉의 걸음은,
더욱 빨라져. 하루에 칠십리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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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난 지, 두달 스무닷새 째,
조 참봉이 산속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있자
행랑 아범이 환약 세알과 표주박에 담긴 물을 건넸다.
환약을 털어 넣고 음양수를 벌컥 벌컥 마셨다.
그날 온정리 기생집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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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참봉은
참으로 오랜만에 기생을 기절시켰다.
조 참봉은 희색이 만면했다.
“그 명약을 한번 더 먹고 음양수를….”
행랑 아범은 고개를 저었다.
.
함경도 끝자락에서 밀양 집으로 돌아갈 땐
당나귀 두마리를 사서 탔다.
돌아가서 약속대로 조 참봉은 행랑 아범에게 삼천냥을 줬다.
조 참봉이 마신 물은 개울물 이었고, 환약은 토끼 똥 이었다.
행랑 아범은 조참봉 집을 떠나며 이런 글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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步行이 神藥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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