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집 과부를 마음에 품은 공 초시 어느 날 박 서방과 있는 걸 보는데… 밤은 깊어 삼경 때, 공 초시가 사랑방에 홀로 앉아 곰방대로 연신 담배연기만 뿜어대며 시름을 달래고 있다. 그때 애간장을 끊듯이 울어대는 뒷산 소쩍새가 공 초시의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다. 3년 전 부인을 저승으로 보내고 탈상도 하기 전에 무남독녀 외동딸이 석녀(石女)라고 시집에서 쫓겨나 친정 초당에 똬리를 틀었다. 부인이 이승을 하직한 것은 제 명(命)이 그것밖에 안됐고 외동딸이 과부 아닌 과부가 돼 친정살이하는 것도 제 팔자. 요즘 공 초시의 시름은 자신의 신세타령이다. 제 나이 이제 마흔일곱, 아직도 살날이 까마득한데 이렇게 남은 생을 홀아비로 외롭게 살아가려니 앞이 캄캄해졌다. 공 초시는 나이가 젊고 허우대가 훤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