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살 순덕이
열일곱살 순덕이 전세(戰勢) 역전 줄줄이 이어진 동생들 업고 안고, 점심 새참 함지박 머리에 이고 종종걸음으로 밭으로 논으로 발발 쏘다녀도 힘들다는 소리 한마디 하지 않던 열일곱살 순덕이가 마침내 시집을 가게 되었다. 순덕 어미는 그렇게도 딸을 부려 먹은 게 안쓰러운지 딸 머리를 땋아 주며 말했다. “그 집은 식구도 단출하다니 네가 땀 흘릴 일은 별로 없을 거다. 발 뻗고 실컷 잠도 자고.하지만 시집이라고 갔더니 제 어미 말하고는 달랐다. 신랑과 시어머니뿐인 줄 알았는데 시집갔다던 시누이가 딸 하나를 데리고 친정살이를 하고 있었다. 시어미와 시누이는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큰 일, 작은 일 닥치는 대로 순덕이를 부려 먹었다“ 아 메밀묵이 먹고 싶구나. 광에 가서 메밀 한됫박만 퍼내 와 절구질해라“ 올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