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고전 285

뱃사공 아내와 뱃삯

뱃사공 아내와 뱃삯 청포나룻가에 단 두집이 살고 있었다. 뱃사공으로 한평생을 보낸 장노인과 농사짓는 허서방 내외는 한가족처럼 지냈다. 지난 어느 봄 날, 장노인이 고뿔을 심하게 앓아 허서방이 농사일을 제쳐 두고 장노인 대신 노를 저어 길손들을 도강시켰다. 그날 저녁, 허서방이 하루 수입을 장노인에게 갖다 줬더니 장노인은 허서방을 머리맡에 앉혔다. 장노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나는 이제 목숨이 다했네.” “어르신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빨리 쾌차하셔야지요.” “자네가 내 배를 계속 저어 주게나. 그리고 부엌 아궁이를 파 보게.” 장노인은 그날 밤 이승을 하직했다. 노인의 부탁도 있는데다 강 건너는 길손들을 외면할 수 없어 허서방은 날마다 노를 저었다. 하루는 노를 젓다가 문득 장노인의 말이 생..

내 뺨을 때릴 수 있겠는가?

내 뺨을 때릴 수 있겠는가? 조선 말기의 왕족인 이하응은 조선왕조 제26대 고종의 아버지입니다. 이하응의 아들 명복이 12세에 임금에 오르게 되자 이하응은 대원군에 봉해지고 어린 고종을 대신해 섭정하였습니다. 그런 이하응이 젊었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몰락한 왕족으로 기생집을 드나들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술집에서 추태를 부리다 금군 별장(종 2품 무관) 이장렴이 말렸는데 화가 난 이하응이 소리쳤습니다. “그래도 내가 왕족이거늘 감히 일개 군관이 무례하구나!” 그러자 이장렴은 이하응의 뺨을 후려치면서 큰 소리로 호통을 쳤습니다. “한 나라의 종친이면 체통을 지켜야지. 이렇게 추태를 부리고 외상술이나 마시며 왕실을 더럽혀서야 되겠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뺨을 때린 것이니 그리 아시오.” 세월이 흘러 이하..

절름발이 만들기

배운것도 없고 집안 가난하지만 인물 하나만은 빠지지 않는 덕배 임참봉 열여덟살 무남독녀 도화와 남몰래 가끔 만나는데… 두사람 소문 들은 임참봉… 둘이 만나는 물레방앗간 들이닥쳐… 덕배는 배운 것도 없고 집안은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인물 하나는 조선 천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열여섯이 되자 제법 남정네 티가 나 키는 훤칠하고 어깨는 떡 벌어지고 목은 울대가 불쑥 솟았다. 나무하고 지게 지는 처지지만 얼굴 허옇고 콧날 오뚝하고 눈썹은 시커먼 미남이다. 휘파람을 불며 냇가를 지날 때면 빨래하던 아낙네들의 자발없는 입놀림이 이어진다. ​ “덕배가 멱 감는 걸 먼발치에서 봤는데 물건이 보통 실한 게 아니여.” ​ “어느 년이 저놈 아래 깔릴지 생각만 해도 사지가 녹아드네.” ​ 아낙들 사이에서 빨래하던 도화..

허 생원의 유산 상속

세상 부러울것 없던 허생원… 포목점에 불이나 전재산 잃고 부인까지 저세상으로… 주위 도움으로 다시 가게 열고 자식 열다섯만 되면 시집장가 보내 세월 흘러 백발된 허생원… 칠남매 불러모아 돈 달라 하는데… 허 생원은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포목점은 손님이 끊이질 않고, 아들 다섯 딸 둘 칠남매는 쑥쑥 자라고, 마누라는 아직까지 미색을 잃지 않아 허 생원은 첩살림 한번 차린 적이 없다. ​ 호사다마, 포목점에 불이 나 비단이고 안동포고 싹 다 잿더미가 된 것은 고사하고 옆집 지물포 뒷집 건어물전까지 태웠다. 설상가상, 발 달린 아이들은 가게에 딸린 살림집에서 뛰쳐나왔지만 두살배기 막내를 구하러 뛰어들어간 부인은 물에 적신 치마로 막내를 싸서 밖으로 던지고 자신은 화마에 휩싸였다. ​ 다행히 허 생원은 살..

선바위가 신선(神仙)에게

어느 날 계곡이 깊은 산 속에서 큰 선바위를 만났다. 수천 년을 살아온 선바위가 신선(神仙)에게 묻고 있다 ​ "신선(神仙)께서 인간들을 보실 때 가장 어리석은 것이 무엇인지요?"​ ​ 신선(神仙)께서 미소(微笑)로 말씀하셨다. ​ "첫째는, 어린 시절엔 어른 되기를 갈망(渴望)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를 갈망(渴望)하는 것이 도무지 무얼 모르는 철부지 같다. ​ 둘째는, 돈을 벌기 위해서 건강을 잃어버린 다음,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돈을 모두 병원(病院)과 약방(藥房)에 바치고 돈을 다 잃어 버리는 것이다. ​ 셋째는, 미래(未來)를 염려하다가 현재(現在)를 놓쳐 버리고는 결국 미래도 현재도 둘 다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 결론적으로 인간(人間)은 절대 죽지 않을 것처럼 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