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고전 285

갖바치 아내의 후회(皮匠之妻後悔)

갖바치 아내의 후회(皮匠之妻後悔) . 어떤 갖바치의 아내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이웃의 한 사내가 그녀를 한번 안아보고 싶었으나 . 그 여인의 마음을 알지 못하여 여인으로 하여금 음욕(淫慾)을 가지도록 계획하고는갖바치의 집을 찾아갔다. 가서 보니 갖바치는 윗방에서 신발을 만들고 있었고, 그의 아내는 건너 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갖바치가 찾아온 뜻을 묻자 이웃 사내는, "나의 양물(陽物)이 너무 커서 보행에 방해가 되고 . 또한 불편할 때가 많으니 혹시 사슴가죽으로 갑(匣)을 만들어 거기다 넣고 끈으로 허리띠에 걸게 하면 좋을 것 같은 데, 당신이 그 갑을 만들어 줄 수 있겠소 ?" 하고 물었다." 갖바치가, "그렇다면 그 모양을 보여 준다면 마땅히 만들어 주겠소." 하니 이웃 사람이 곧 돌아앉아..

양쪽의 두 입술에 이빨 하나 없는데

양쪽의 두 입술에 이빨 하나 없는데 삼남 일원에 여름 내내 비가 오고 역병이 돌아 고추 농사가 폭삭 망했다. 배짱 좋고 눈치 빠른 허탁은 돈보따리를 싸 들고 경상도 영양 땅으로 내달려 가 닥치는 대로 고추를 사 모았다. 김장철이 다가오자 우마차 스물여섯대에 바리바리 고추를 싣고 영덕으로 가 배 한척 가득 채워 남해를 돌아 서해로 올라와 마포나루에 정박했다. 단판에 고추를 풀지 않고 감질나게 야금야금 풀며 시장 동향을 살피자 고추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허탁의 입이 귀에 걸렸다. 밤이 되자 허탁은 장안의 명기 일엽홍이 기다리는 상춘관으로 달려갔다. 열일곱 일엽홍은 얼굴은 절색이요, 가무음곡은 팔도강산에서 따를 자가 없었다. 산삼주에 송이·전복 안주를 시켜 밤새도록 마시고 술값을 듬뿍 쥐어 줘도..

안주인의 강한 음기(陰氣)

옛날 어느 두메산골에 서 한 老僧이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노승 앞에서 죽음의 기운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고 있어 따라 가보니 허름한 초가집 앞에 이르렀다. 노승이 목탁을 두드리며 탁발을 위한 염불송경(念佛誦經)을 하자 안주인이 나와 시주를 하는데 얼굴을 보아하니 수심이 가득했다. 스님이 부인에게 무슨 근심이 있느냐고 묻자 남편의 오랜 병환이 걱정이라고 했다. 스님이 안주인의 신색(神色)을 자세히 살피니 안주인의 강한 음기(陰氣)가 문제였다. 즉 부인의 강한 음기에 남편의 양기(陽氣)가 고갈되어 생긴 병이었다. 스님은 담벼락 밑에서 흔이 무성하게 잘 자라는 풀잎 하나를 뜯어 보이며 이 풀을 잘 가꾸어 베어다가 반찬을 만들어 매일같이 먹이면 남편의 병이 감쪽같이 나을 것이라고 일러주고 사라졌다. 부인은 ..

해주(海州)의 수양매월(首陽梅月)

해주(海州)의 수양매월(首陽梅月 숙모를 속여서 먹을 취하다 조선에서 먹(墨)의 생산지가 한 둘이 아니지만 해주(海州)의 수양매월(首陽梅月)이 최상품이다. 한 사람이 황해감사로 제수되어 나갔다가 임기를 마치고 판서로 승차하여 돌아오니, 그의 조카 중 숙부(판서)가 지니고 온 먹 (수양매월)을 탐내는 자가 있었다. 조카는 판서에게 먹을 몇 개 나누어주기를 청하였으나 판서는 없다고 거절하니 조카는 유감을 가졌다. 뒷날 그는 숙부가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숙모에게 은밀히 아뢰었다. "숙부님께서 황해감사로 계셨을 때 두 기녀와 가까이 지내며 질탕하게 노셨다 합니다. 기녀의 이름이 한 명은 수양(首陽)이라 하옵고 다른 한 명은 매월(梅月)이랍니다. 숙부님께서는 한양으로 돌아오실 때 그 정을 잊지 못하고 두 기녀의 이름..

어느 나룻터에서 생긴일

어느 나룻터에서 생긴일 이화댁에 마음 있는 소장수방 열쇠 전해주고는 술 퍼마셔 늦은밤 방으로 가다 열린 문 보고회심의 미소 지으며 들어가는데 … 석양이 떨어지며 강물은 새빨갛게 물들었다. 어둠살이 스멀스멀 내려앉는 나루터 주막은 길손들로 들끓고 부엌에서는 밥 뜸 드는 김이 허옇게 쏟아지고 마당가 가마솥엔 쇠고깃국이 설설 끓는다. 내일 채거리장을 보러 온 장돌뱅이들, 대처로 나가려는 길손들, 뱃길이 끊겨 발걸음을 멈춘 나그네들은 저녁상을 기다리며 끼리끼리 혹은 외따로 툇마루에 걸터앉거나 마당 한복판 평상에 앉거나 마당가 멍석에 퍼질러 막걸리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때 검은 장옷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만 빠끔히 내민 여인이 사뿐사뿐 남정네 냄새 가득한 주막으로 들어서더니 장옷을 벗어 안방에 던져놓고 팔소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