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름 대체 마름이 뭐기에 모두가 평안감사라도 내팽개치고 마름을 하겠다는 건가. 마름은 지주를 대신해 소작농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그 자리가 뭐 그리 대수인가? 모르는 소리. 몇 마지기 논이나 밭뙈기에 매달려 사는 소작농에게 마름은 저승사자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다. 벼가 누렇게 익기 시작하면 마름의 끗발은 하늘을 찌른다. 마름은 두루마기 자락을 펄럭이며 들판을 돌아다니면서 “이 논은 나락 한 섬 세 가마.” “저 논은 나락 두 섬.” 하고서 소작료를 매기는 것이다. 뒤에서 졸졸 따라오던 소작농은 마름의 두루마기 자락을 잡고 눈물바람을 하며 사정한다. “아이고 나리~, 이 논에서 한 섬 세 가마를 바치면 저희 식구들은 겨울을 못 넘기고 모두 굶어 죽습니다요. 살려주십시오~.” 논마다 이런 실랑이가 벌어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