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노처녀 산파의 결심◈ 옛날 어느 외딴 마을에 늙은 산파가 나이 먹은 딸 하나를 데리고 살다가 세상을 떠나자 노처녀가 시집도 안 가고 제 어미 하던 일을 자연스레 이어받았다. 서른이 가까운 노처녀 산파는 차가운 기운이 돌고 좀 쌀쌀맞았지만 백옥 같은 얼굴에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허리는 잘록했다. 간혹 외출을 할 때도 눈을 내리깔고 다녔고, 누가 말을 걸어도 예, 아니오 한마디뿐 더 이상 댓구를 안했다. 가끔 매파가 와서 중매 얘기라도 꺼낼라치면 등을 떼밀어 문밖으로 쫓아냈다. 노처녀 산파가 시집을 가지 않으려는 데는 그 연유가 있다. 열서너살 때부터 제 어미를 따라서 아이 받으러 다니며 수많은 여인이 아이 낳으려고 버선을 입에 물고 생땀을 쏟으며 몇날 며칠 산통을 겪는 걸 봐 왔고, 수많은 여인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