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젓도 팔고 거시기도 팔고 그옛날 젓장수가 젓통 두개를 등에 지고 동네방네를 돌며 목청을 거창하게 뽑자 개울 건너 앞산에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스물서너집 되는 작은 산골 동네 나즈막한 초가집굴뚝엔 집집마다 저녁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마당가 감나무엔 꼭대기에 매달린 몇 개 남은 까치밥이 넘어가는마지막 햇살을 잡고 불을 머금은 듯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추수를 해서 집집마다 곳간이 그득할 때라 조 한됫박을 퍼와서 새우젓 한국자를 받아가고 나락 한되를 퍼와서굴젓 한종지를 받아 갔다. 새우젓 장수 등짐에 젓은 줄었지만 곡식자루는 늘어 더 힘들어졌다. 새우젓장수는 망설여졌다. 개울건너 외딴집하나를 보고 디딤돌을 조심스럽게 밟아개울을 건너다가 허탕을 치면 어쩌나 싶어 큰 소리로 외쳤다. "새우젓 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