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득이는 뼈대있는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여섯살 때 어머니를 병으로 잃고 아버지는 화병으로 드러누웠다. 어느 날 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은 최참봉이 강 건너 문병을 왔다. 두사람은 최참봉의 딸과 봉득이를 나이가 차면 혼인시키기로 약속한 사이다. “내가 죽거든 우리 봉득이를 자네가 좀 맡아주게.” 두사람은 손을 굳게 잡았다. 한달이 지나 봉득이 아버지도 이승을 하직하고 봉득이는 최참봉네 집으로 들어가게 됐다. 선친의 의형제 최참봉은 여섯살 봉득이의 거처를 행랑으로 정해줬다. 봉득이는 마당도 쓸고 잔심부름도 하며 밥값을 하다가 어느 날 최참봉에게 서당에 가서 글을 배우고 싶다고 청을 올리자 최참봉이 말하길 “글은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거냐! 너는 열여섯살이 되면 내 사위가 돼 우리집 살림을 꾸려가야 해. 내가 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