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와 도둑
도둑이 들어닥치자 별당 아씨는 방에 있던 패물을 그 앞에 내놓는데… 적막강산에 찬바람만 세차게 부는 깊은 밤, 앙상한 감나무 가지 끝에 걸린 그믐달이 움찔하더니 검은 그림자가 휙 스친다.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한 도둑이 대궐 같은 표 대감 집 담 곁의 감나무 가지를 잡고 월담을 한 것이다. 도둑은 잽싼 몸놀림으로 별당 옆 연못에 숨어들었다. 물 빠진 연못 바닥은 흙먼지가 폴폴거리고 연잎도 말라비틀어졌지만 사람 몸을 숨기기엔 부족함이 없다. 도둑이 엎드려 숨은 바로 그 앞에 치마를 걷어 올린 희멀건 엉덩이가 쏴~ 소피를 본다. 바로 그때, 안채 쪽에서 컹컹 삽살개 짖는 소리가 났다. 도둑은 소피를 보는 여인의 뒤로 접근해 시퍼런 칼날을 목에 들이댔다. “하악!” 여인은 너무 놀라 들이쉰 숨을 내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