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고전 285

잘난 체 하는 기생

잘난 체 하는 기생 잘난 체 하는 기생이 있었다. 하루는 어수룩해 보이는 젊은 나그네가 그 기생을 찾아갔는 데 기생은 이 나그네를 한껏 깔보고 대뜸 시험부터 해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선달님, 글 배우셨지요 ?" "못 배웠네.""원, 세상에도. 남자가 글을 모르면 얼마나 답답하시겠소. 그렇지만 손등이 하얀 걸 보니 무식장이 같이는 안 보이는 데 제가 하나 물어볼 테니 대답을 해 봐요. 소나무는 왜 오래 사는지 아세요?" "그럼 학이 잘 우는 까닭은 알아요?" "그것도 모르지." "원 저런! 그럼 길가에 있는 나무가 떡 버티고 선 이치도 모르세요?" "아무 것도 모른다니까." 기생은 나그네가 하나도 제대로 대답하는 것이 없으므로 콧대가 더욱 높아졌다. "그러니까 배워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일러 드릴 테..

뺨 맞은 황제(皇帝)

♣ 뺨 맞은 황제(皇帝) ♣ 당나라 선종황제(宣宗皇帝)가 젊은시절 한때 출가하여 대중(大中)이란 법명(法名)을 받고 '향엄선사' 제자로 있을 때이다. 그 절에는 수좌(首座)인 '황벽스님'이 매일 정성스레 예불(禮佛)를 드리고 있는데 '대중스님'이 '황벽스님'께 물었다. "부처에게서 찾지 않고 법에서 찾지 않고 예불만 하여 무엇을 찾을 게 있겠소?" "부처에게서 찾지 않고 법에서 찾지 않고 그러면서도 항상 이렇게 지극한 공경(恭敬)과 하심(下心)으로 절을 해야 청정법신을 닮아 간다네" "절은 해서 무엇 하오, 아무것도 찾지 않으면서 절만 하다니 어리석은 짓이 아니오?" 그때 '황벽스님'은 벌떡 일어나 '대중스님'의 따귀를 철썩 때렸다. '대중스님'은 "이런 난폭한 자가!"하고 얼이 빠져 있는데 "이런 경우..

큰댁, 작은댁의 유래

큰댁, 작은댁의 유래 옛날 묘향산일대의 어느 한 지주집에서 머슴을 살던 한 총각이 백년묵은 산삼을 캐보려고 묘향산으로 오르게 되였다. 그 지주집의 늙은 주인이 로환으로 앓아누웠는데 의원들의 진단에 의하면 묘향산에서 백년 자란 산삼을 먹으면 원기가 되살아 나 젊어질것이라고 말하였기때문입니다 머슴총각은 백년묵은 산삼을 찾느라고 묘향산의 깊은 골짜기와 높은 봉우리를 찾아다니며 여러날 헤매였다. 어느날 저녁 산봉우리를 타고 골짜기로 내려오는데 양지바른 곳에 자그마한 집 한채가 보이였습니다. 머슴총각이 이날 밤을 이 집에서 묵어가자고 주인을 찾으니 뜻밖에 달같이 미끈하고 훤한 두 처녀가 그를 맞아주었습니다. 머슴총각이 하루밤 묵어 갈것을 청하니 두 처녀는 기꺼이 허락하였습니다. 두 처녀는 평양태생으로서 어렸을 때..

전세(戰勢) 역전

전세(戰勢) 역전 줄줄이 이어진 동생들 업고 안고, 점심 새참 함지박 머리에 이고 종종걸음으로 밭으로 논으로 발발 쏘다녀도 힘들다는 소리 한마디 하지 않던 열일곱살 순덕이가 마침내 시집을 가게 되었다. 순덕 어미는 그렇게도 딸을 부려 먹은 게 안쓰러운지 딸 머리를 땋아 주며 말했다. “그 집은 식구도 단출하다니 네가 땀 흘릴 일은 별로 없을 거다. 발 뻗고 실컷 잠도 자고.하지만 시집이라고 갔더니 제 어미 말하고는 달랐다. 신랑과 시어머니뿐인 줄 알았는데 시집갔다던 시누이가 딸 하나를 데리고 친정살이를 하고 있었다. 시어미와 시누이는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큰 일, 작은 일 닥치는 대로 순덕이를 부려 먹었다“ 아 메밀묵이 먹고 싶구나. 광에 가서 메밀 한됫박만 퍼내 와 절구질해라“ 올케물 한그릇 떠 주..

여승이 되려 하오

여승이 되려 하오 선비 김효성(金孝誠)은 많은 첩을 두었는데 부인은 질투가 매우 심한 편이었다. 하루는 김효성이 외출했다 돌아오니, 부인이 검정 색으로 곱게 물들인 모시를 한 필 준비해 놓고 대청마루 한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아니 여보, 왜 이러고 있소? 무슨 일이 있었소?" 김효성은 의아하게 생각하고 부인 곁으로 가서 그 까닭을 물었다. 이에 부인은 엄숙한 어조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여보, 당신이 여러 첩에만 빠져 아내를 전혀 돌아보지 않으니 나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내 지금 머리를 깍고 저 검정 모시로 승복을 지어 입은 다음에 절을 찾아 떠날 테니, 당신은 첩들과 행복하게 잘사시오." 이와 같은 아내의 불평을 들은 김효성은 깜짝 놀라면서, "여보! 나는 본래 여색을 좋아하여, 지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