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실댁은 첫딸을 낳고 나서 단산(斷産)을 하게 됐다. 임신 자체가 불가능해졌으니 강씨 가문에 대(代)가 끊어지게 된 셈이다. 오실댁의 한숨이 깊어가자 강 진사는 부인의 등을 두드리며 “부인, 아들만 자식이요?” 강 진사는 껄껄 웃으며 젖을 빨고 있던 딸아이를 번쩍 안아올려 “남자 열몫을 할 여걸이 될 거요.” 강 진사는 오실댁을 끔찍이 아꼈다. 글 친구들과 기생집에 가더라도 외박하는 일이 없었다. 강 진사는 어깨가 떡 벌어지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대장부라 기생들이 서로 옆에 앉으려 하고 술자리가 파하면 금침 속으로 끌어들이려 안달했지만, 강 진사는 뒤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갔다. 강 진사의 노부모는 은근히 아들이 첩실이라도 들여 손자 하나 쑥 뽑아내기를 바랐다. 오실댁이 어느 날 강 진사에게 “나으리, 소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