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고전 285

나주에서 생강을 배에 가뜩싣고

옛날 조선시대 나주에서 생강을 배에 가뜩싣고 평양가서 팔아 만금을 벌은 노 총각 선비가 있었다. 생강은 북쪽에서는 생산이 아니되니 남쪽에서 사다가 북쪽으로 가지고 가서 팔면 큰 이문이 남는 장사였다. 생강은 몸이 찬 체질에 차로도 좋지만 음식을 조리할때 살균작용도 하므로 많이 쓰이는 조미료다. 하여 나주 이 노 총각 선비도 생강을 배에 가득 싣고 평양 대동강으로 올라가서 잘 팔았다.때 마침 김장철이라 다 팔았고 돈도 만냥이나 벌었다. 그런데 이선비 호사다마라 " 내 평생에 이렇게 큰 돈도 벌었으니 색주의 고향 평양에서 한번 멋지게 기생과 놀아보고 가리라 맘을 먹었는디, 아~본인이 내 돈갖고 내맘대로 쓴다는데야 누가 뭘하랴~ 그리하여 평양색주가를 이리저리 다녀보니 다 션찮은데 한곳에 가보니 일야삼천양"(日..

열일곱살 순덕이

열일곱살 순덕이 전세(戰勢) 역전 줄줄이 이어진 동생들 업고 안고, 점심 새참 함지박 머리에 이고 종종걸음으로 밭으로 논으로 발발 쏘다녀도 힘들다는 소리 한마디 하지 않던 열일곱살 순덕이가 마침내 시집을 가게 되었다. 순덕 어미는 그렇게도 딸을 부려 먹은 게 안쓰러운지 딸 머리를 땋아 주며 말했다. “그 집은 식구도 단출하다니 네가 땀 흘릴 일은 별로 없을 거다. 발 뻗고 실컷 잠도 자고.하지만 시집이라고 갔더니 제 어미 말하고는 달랐다. 신랑과 시어머니뿐인 줄 알았는데 시집갔다던 시누이가 딸 하나를 데리고 친정살이를 하고 있었다. 시어미와 시누이는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큰 일, 작은 일 닥치는 대로 순덕이를 부려 먹었다“ 아 메밀묵이 먹고 싶구나. 광에 가서 메밀 한됫박만 퍼내 와 절구질해라“ 올케..

소금장수 한의사 이야기

♥소금장수 한의사 이야기♥ 죽령을 넘던 순옥 어미는, 고갯마루 바위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단양 쪽에서 넘어오던 소금장수도, 소금 지게를 받쳐 놓고 담뱃대를 빼물었다. 순옥 어미가 물었다. “어디로 소금 팔러 가시오?” “정한 곳이 있나요. 이 마을 저 마을, 이 집 저 집 닥치는 대로 다니지요.” 주책없는 순옥 어미가 말했다. “무거운 짐을 지고 헛걸음할까 봐 일러 주는데, 우리 집은 들르지 마시오. 저기 아래로 내려가다가 개울이 합치는 곳에서, 왼쪽 오솔길로 쭉 올라가면, 솔숲에 박혀 있는 외딴집이, 우리 집이오.” 그때 산나물을 뜯으러 갔던 한 노파가 산에서 내려왔다. “순옥 에미 아이가.어디 가는 길이고?” “할매, 오랜만입니더. 단양에서 한의원 하는 먼 친척에게 약 지..

이게 바로 진퇴양난

이게 바로 진퇴양난 옛날 어느 마을에 힘 좋고 멋들어진 머슴 총각이 있었다. 이웃 마을에 마침 반반하게 생긴 젊은 과부가 살고 있어, 이 머슴 밤낮으로 어떻게 한번 해 볼까 궁리만 했다. 어느 날 머슴이 과부집에 연장을 빌리러 가게 됐다. 머슴이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아 글쎄 과부가 대청마루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게 아닌가. 헌데 과부의 허연 아랫도리 속살이 훤히 드러나, 머슴의 아랫도리가 저도 모르게 힘차게 솟아올랐다. 하여 이 머슴 벌렁이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과부에게 다가갔다 과부의 속곳을 살포시 들어 속살을 들여다보던 머슴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이윽고 머슴이 용기를 내 살꽂이를 시도했다. 과부는 세상모르고 잠만 잤다. 머슴이 성난 황소처럼 씩씩거리며 한참 방아를 찧고 있는데 과부가 눈을 떴다. ..

복상사(腹上死) 이야기

복상사(腹上死) 이야기 천석꾼 부자 최참봉이 상처를 하고 3년 동안 홀아비 생활을 하다가 양자 내외를 세간 내보내고 새장가를 들게 되었다. 최부자네 안방을 차지할 삼십대 초반의 황간댁은 사슴 눈, 오똑한 코, 백옥 같은 피부에 앵두 입술로 자색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둥그런 턱 선과 넉넉한 인중, 넓은 이마 등 부귀영화를 타고난 인물이다. 고을이 떠들썩하게 혼례를 올렸는데 첫날밤에 최참봉이 이승을 하직하고 말았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집의 담 모퉁이 하나 고치는 일도 구곡암자의 영검도사에게 물어보고 실행에 옮기던 최참봉이 혼인만은 자기 뜻대로 한 것이다. 혼례식을 올리기 전 황간댁의 관상을 본 영검도사가 최참봉에게 신신당부를 했었다. “그 여자 배 위에서는 황소도 살아남을 수 없으니 부디 혼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