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고전 285

홀아비로 지내는 박진사

금방 탄로 날 일 어느 곳에 일찍이 상처를 하고 홀아비로 지내는 박진사가 있었다. 한번은 박진사가 친구의 생일 잔치에 초대되어 맛 좋은 새우요리를 한 번 먹어 보고는 늘 새우요리, 새우요리하며 입버릇처럼 타령을 하던 차에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마침 한 짓궂은 친구가 커다란 새우 열댓 마리를 선물로 사들고 가서 박진사의 몸종을 불러내어 새우 요리하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고는 장난삼아 말했다. "이 새우를 삶으면 네년이 진사 어른과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당장 알게 된다." "어떻게 그런 것을 알 수 있을까요 ?" 몸종은 깜짝놀라 물어보았다. "즉 그런 사실이 있다면 이 새우는 빨갛게 된단다." 이 말을 듣고 몸종은 부엌 안으로 들어갔다. 친구와 박진사는 이야기꽃을 피우며 이제나저제나 하고 새우..

사슴 같은 큰 눈, 짙은 속눈썹, 심청이는

봉사인 아버지와 댕기를 늘어뜨린 딸이 홍천 고을로 이사왔다. 저잣거리 뒷골목 끄트머리, 조그만 초가삼간에 똬리를 틀었다. 봉사 아버지 성이 손씨인데도 사람들은 심 봉사라 부르고, 이팔청춘 딸도 제 이름이 있건만 사람들은 심청이라 불렀다. 저잣거리에 사람들이 쏘다니는 시간에, 심청이가 명아주 작대기를 잡고 앞장서 걸으면 심 봉사는 작대기 끝을 잡고 뒤따라와 저잣거리 한 모퉁이에 거적때기를 깔고 앉아 사주팔자를 본다. 심 봉사 몰골이야 봉사 점쟁이 모습 그대로 볼품없지만, 그의 딸 심청이는 저잣거리가 훤해지도록 깜짝 놀랄 만한 미인이다. 동백기름도 안 발랐지만 반짝이는 흑단 머리에 사슴 같은 큰 눈, 짙은 속눈썹, 오똑한 콧날에 새빨간 입술은 도톰하게 다물었다. 사람들은 저 아비 씨에서 어떻게 저런 예쁜 딸..

새 구멍을 뚫으면 그 죄가 훨씬 더 무겁다

새 구멍을 뚫으면 그 죄가 훨씬 더 무겁다 궁중에 궁녀로 있다가 왕궁 밖으로 내보내어진 이른바 '방출궁녀(放出宮女)' 와는 누구도 함께 잠자리를 해서는 아니 되는 율법이 있었다. 이 율법을 '방출궁녀 간통금지율 (放出宮女奸通禁止律)' 이라고 했다. 선조때 도승지 자리에 있던 이항복의 집에 일을 도와주는 겸인(비서) 한 사람이 있었는 데, 이 사람이 선조 임금의 궁녀로 있다가 방출된 한 여인을 사랑하여 간통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사람은 방출궁녀 간통금지율에 걸려서 구금되었고, 장차 사형에 처해질 처지에놓이게 되었다. 당시 이항복은 도승지라는 막강한 지위에도 불구하고 중죄를 저지른 이 겸인을 방면시킬 도리가 없었다. 기회를 엿보던 중 때마침 퇴궐한 이항복을 급한 일로 다시 입궐하라는 연락이 오자 '옳지, ..

함안댁이 사랑방을

혼례를 올리고 춘하추동을 한바퀴 돌기도 전에 신랑이란 게 기생집을 들락거리더니 동기 머리를 올려주고 첩살림을 차렸다. 양반집으로 시집온 지 한해도 지나지 않아 함안댁은 속이 숯이 됐다. 허구한 날 신랑과 어울려다니는 친구들도 모두가 양반입네 넓은 갓을 쓰고 사랑방에 앉아 시조를 짓고 고담준론을 나누지만 밤만 되면 개차반이 된다. 유 초시는 조부가 당상관을 지낸 명문대갓집 대주로 어릴 적부터 신랑과 서당에서 함께 공부하며 의형제를 맺은 사이다. 신랑과 친한 또 다른 친구는 서당훈장이다. 조선팔도를 유람하던 선비 하나가 이곳 진주에 발길이 닿았다가 하도 명필이라 유림들이 그를 잡아 주저앉혀 훈장이 됐다. 신랑과 유 초시, 훈장은 항상 어울려다니며 낮에는 양반 행세를 하고 밤이면 술독에 빠졌다가 기생 배 위에..

고구려 미천왕

고구려미천왕설화(高句麗美川王說話) 고구려미천왕설화(高句麗美川王說話)는 고구려 미천왕에 관한 전설(傳說)로 (삼국사기 (三國史記)고구려 본기(本紀)〉미천왕조에 전한다. 봉상왕의 동생 돌고(?固)의 아들 을불(乙弗)이 왕의 화를 피해 방랑의 길에 올라 온갖 고생을 하다가 후에 국상 창조리(創造利) 등의 영접을 받아 왕위에 오르게 된다는 설화이다. 고구려의 미천왕은 15대 왕(재위 300~331년)으로 호양왕(好讓王)이라고도 한다. 휘(諱)는 을불(乙弗) 또는 우불(憂弗)이다. 13대 서천왕(西川王)의 둘째 아들이 고추가(古鄒加) 돌고(?固)인데 그의 아들이다. 14대 봉상왕(烽上王, 돌고의 형)이 돌고를 의심하여 죽였는데 을불은 간신이 피신하여 어렵게 목숨을 부지하다가 국상(國相) 창조리(倉助利)에 의해 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