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살밖에 안된 딸을 황 참봉에게 순금이는 이빨을 꼭 깨물고 실눈을 떠서 새벽에 들어와 술에 취한 채 쓰러져 자는 아버지를 째려봤다. 한평생 주색잡기에 빠져 가산을 탕진한 아버지라는 인간이 열세살밖에 안된 제 딸을 황 참봉에게 팔기로 작정한 것이다. 순금이는 남장을 하고 어머니가 마련해준 열닷냥을 안주머니에 깊숙이 넣은 뒤 집을 나섰다. 사립문을 잡고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에게 억지로 뒤돌아 웃음을 보인 순금이는 발길을 한참 재촉하고 나서야 눈물을 쏟았다. 경북 풍기를 출발한 순금이는 죽령을 넘어 충북 단양 주막에서 하룻밤 자고 새벽부터 다시 걸었다. 걸은 지 나흘째, 날은 어두워졌는데 주막도 없어 순금이는 산골짝에 보이는 불빛을 따라가 하룻밤 재워주기를 청했다. 심마니가 차려주는 감자보리밥을 마파람에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