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고전 285

열세살 딸을 황 참봉에게

열세살밖에 안된 딸을 황 참봉에게 순금이는 이빨을 꼭 깨물고 실눈을 떠서 새벽에 들어와 술에 취한 채 쓰러져 자는 아버지를 째려봤다. 한평생 주색잡기에 빠져 가산을 탕진한 아버지라는 인간이 열세살밖에 안된 제 딸을 황 참봉에게 팔기로 작정한 것이다. 순금이는 남장을 하고 어머니가 마련해준 열닷냥을 안주머니에 깊숙이 넣은 뒤 집을 나섰다. 사립문을 잡고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에게 억지로 뒤돌아 웃음을 보인 순금이는 발길을 한참 재촉하고 나서야 눈물을 쏟았다. 경북 풍기를 출발한 순금이는 죽령을 넘어 충북 단양 주막에서 하룻밤 자고 새벽부터 다시 걸었다. 걸은 지 나흘째, 날은 어두워졌는데 주막도 없어 순금이는 산골짝에 보이는 불빛을 따라가 하룻밤 재워주기를 청했다. 심마니가 차려주는 감자보리밥을 마파람에 게..

天要下雨 娘要嫁人 (천요하우 낭요가인)

天要下雨 娘要嫁人 (천요하우 낭요가인)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려 하고 어머니는 시집가고 싶어 하네’ 라는 중국 고사가 있다. 중국의 산해경(山海經)에 있는 설화입니다. 옛날에 주요종이라는 젊은 청년이 있었습니다. 아주 똑똑하고 총명해서 과거에 장원급제 했습니다. 이 청년은 머리만 뛰어난게 아니라 외모도 출중해서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부마의 자리까지 오르게 됐습니다. 어느 날 황제가 주요종에게 '소원이 무엇이냐 '고 물었습니다. 이에 주요종은 자신의 고향에 홀어머니가 계신데, 어머니는 여태 자식을 위해서만 여생을 바쳤으니 어머니를 위해 열녀비를 하나 세워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이에 황제는 이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고 주요종은 금의환향 해서 자신의 어머니께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충격..

깨 장수의 명탐지혜

깨 장수의 명탐지혜 . 마누라와 함께 다니며 깨 장사를 하는 장돌뱅이가 있었다. 다음 날 장사를 하기 위해 다음 장터로 갔는데 하필 여관이 만원이어서 잘 방이 없었다. 여관 주인이, 여럿이 합숙하는 큰방이 있으니 함께 자겠느냐고 해서 할 수 없이 그 방에서 묶게 되었다. 벌써 여러 날을 집을 나와 장돌뱅이 노릇을 하다가 보니 며칠 간을 마누라와 그 짓을 못했다. 새벽녘에 잠이 깨이자 마누라를 더듬었다. 한번 하자는 싸인이었다. 그러자 마누라가 "금방 해 놓고 또 할려구?" 라고 하는 것이다. 어떤 잡놈이 마누라를 범한 것이다. 불 같이 화가 난 깨 장수는 등불을 켜고 같은 방에 잔 남정네들을 모두 깨워 바지를 내리게 했다. 그리고선 남정네들의 거기에 깨를 확 뿌렸다. 단번에 범인을 찾을 수 있었다. . ..

큰딸이 이제 열여섯 나이

어느 한 마을에 자식들과 함께 사는 홀아비가 있었다. 큰딸이 이제 열여섯 나이라 곧 시집을 보내고 나면 집안 일을 돌볼 사람이 없어 재혼을 하려 해도 홀아비의 나이가 많아 마땅한 재혼처를 구할 수는 없었으므로 과부를 하나 보쌈하여 업어올 작심을 하였는데 마침 아랫마을에 젊은 과부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아랫마을 과부는 도처에서 노리는 보쌈꾼들에 대비하여 밤이면 식칼을 베개 밑에다 놓고 자다가 남자들이 들어오면 칼을 휘두르기도 했고, 때로는 고추가루 주머니를 해놓고 기다렸다가 방문으로 들어오는 남자의 면상에 뿌려 눈을 뜰 수 없게 하고 재채기만 하며 되돌아가게 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닌 사나운 여인이었다. 과부는 이렇듯 방비를 하였으나 피로하여 매일같이 이리 할 수는 없는지라, 어느 날 꾀를 내어 친정에서 ..

거짓말에 감동한 과부

한 촌녀(村女)가 있었는데 자못 자색(姿色)이 고왔으나 일찍 과부가 되었다 때때로 남편의 무덤에 가서 통곡을 하곤 했는데 비애(悲哀)의 정을 가누질 못하였다 과부의 고운 자색에 어울릴만큼 이목구비가 수려한 한 청년이 그 무덤 앞을 지나다가 곡절(曲折)도 묻지 않고 다짜고짜 자기도 그 앞에 앉아 목놓아 통곡을 하는 것이었다 여인이 괴이히 여겨 물으니 청년이 답하기를 내 처가 얼마 전에 죽어 항상 비회(悲懷)를 품고 있소 이제 마침 이곳을 지나다가 아주머니의 슬픈 얼굴을 보고, 또한 애통한 곡을 듣고보니 나도 모르게 곡을 하게 된 것이오 여인은 남편을 잃게된 사연을 말하고는 통곡을 그치지 않았다 청년은 더욱 크게 곡하며 말하기를 내 아내가 살아 생전에 늘 자신의 손가락이 짧은 것을 자책하고 나의 건망증이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