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읍내 저잣거리에 웬 못보던 녀석이 나타났다. 키는 팔척장신이요, 어깨 등짝은 떡판처럼 벌어진 데다 손바닥은 솥뚜껑이요, 면상 또한 가관이다. 한쪽 눈알은 어디서 빼먹었는지 가죽 안대로 막았고 콧잔등은 주저앉았다. 그가 주막에서 벌컥벌컥 탁배기를 마시고 있는데 터줏대감 왈패들이 텃세를 부리기 시작했다. “상판대기를 보아하니 전력이 화려한 듯한데 이곳에 왔으면 신고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요?” 애꾸는 고개를 돌려 시비 건 놈을 쳐다보더니 멱살을 잡고 패대기를 쳤다. “이게 신고다!” 깔린 목소리로 한 마디 하고 다시 탁배기를 마시자 왈패 다섯 놈이 손에 몽둥이와 방망이를 들고 달려들었다. 우당탕탕 와장창하더니 왈패들이 모두 뻗고 처박혀 부리나케 도망갔다. 이튿날 곽 참사가 동산처럼 솟아오른 배를 흔들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