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고전 285

조선 명기(名技)들의 시(詩)음미해 보세요!

조선 명기(名技)들의 시(詩) 음미해 보세요! 그대에게 봄 오고 그댄 오지 않으니 바라보아도 바라보아도 덧없는 마음 들여다 보는 거울엔 먼지가 끼어 거문고 가락만 달아래 흐르네 부안기생 매창 취하신 님께 취하신님 사정없이 날 끌어단 끝내는 비단적삼 찢어놓았지 적삼 하날 아껴서 그러는게 아니어 맷힌정 끊어질까 두러워서그렇지 부안기생 매창 말위에서 시를 읋는다 성천 길 위에 말 멈추니 꽃지는 봄날 두견새 시름일세 물길은 평양으로 통하고 땅은 강선루에 잇닿았네 성천기생 채소염 상사몽 꿈길밖에 길이없어 꿈길로가니 그님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이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기를 지고 송도기생 황진이 相思相見只憑夢 (상사상견지빙몽) 그리워라,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는데 訪歡時歡訪 (농방환시환..

내 것이 아닙니다...📑🏃

내 것이 아닙니다...📑🏃 조선시대 이 씨(李氏)는 대대로 부자였는데 증손, 현손에 이르러 가산을 탕진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어려움을 면하기 위해 한양의 집을 홍 씨(洪氏)에게 팔았습니다. 평소 열심히 일하고 노력한 홍 씨라는 사람은 그렇게 한양에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커다란 기와집에서 살게 되었지만, 여전히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어느 날 대청의 기둥 하나가 기울어져 무너지려는 것을 보고 수리를 하였는데,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습니다. 새로운 기둥을 세우기 위해 헌 기둥을 뽑아낸 자리에서 어찌 된 영문인지 은(銀) 3,000냥이 들어 있는 항아리가 나온 것이었습니다. 놀란 홍 씨는 급히 수소문하여 집의 이전 주인인 이 씨를 찾았습니다. 이 씨는 홍 씨에게 집을 팔고 검소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홍 씨는 ..

황토 개울물

아버님의 묘소를 다녀온 이판윤 그날 밤 어머니와 함께 또 다른 산소를 찾아가 절을 올리는데.. 서른셋 젊은 나이에 판윤(조선시대 한성부의 으뜸 벼슬)으로 봉직하는 이서붕이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왔다. 사또와 육방관속이 마중 나와 떠들썩해질까 봐 어둠살이 내릴 때 평상복 차림으로 말고삐를 잡은 하인 한 사람만 데리고 고향집에 들어갔다. 도착하자마자 홀로 지내시는 모친에게 큰절을 올렸다. ​ “바쁜 공무를 접어두고 어떻게 하경했는고?” “어머님 문안도 드리고 아버님 묘소도 찾으려고 윤허를 받아 내려왔습니다.” ​ 병풍을 등 뒤로 보료에 꼿꼿이 앉아 계시지만 어머니 얼굴의 주름은 더 늘었고, 머리엔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았다. 어머니는 찬모를 제쳐두고 손수 부엌에 나가 아들이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호박잎을 찌고 ..

파혼당한 예진아씨 지혜

파혼당한 예진아씨 지혜 나주 고을 훈장이 부인과 무남독녀 예진이를 남겨 두고 이승을 하직했다. 예진이 열일곱이 되자 몇 군데서 혼처가 들어왔다. 살림은 보잘 것 없으나, 예진은 뼈대 있는 집안에 얼굴은 옥골이고 글은 사서삼경을 통달했다. 이웃 동네 이 참봉네 맏아들과 시월상달에 혼례를 올리기로 하고 사주단자까지 받았는데 갑자기 신랑 집에서 파혼 통지가 왔다. 모녀는 털썩 주저앉았다. 이튿날 매파가 찾아와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다. “예진 아씨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이 골목 저 골목 떠돌아다닌다오.” 모녀가 무슨 소문이냐고 따지자 주저하던 매파가 입을 열었다. “예진 아씨가 옛적부터 딴 남자와 놀아났다는 거야, 글쎄.” 그날 밤, 술에 취한 팔목이 예진네 집 대문을 걷어차고 들어와 예진 어미를 불렀다. “..

돌아야 돈이다

사계절 행락객 발길 이어지면서 산촌마을 ‘청록골’에는 돈이 도는데 느닷없이 역병이 돈다는 소문에… 청록골은 스물한 집이 사는 조그만 산촌마을이다. 첩첩산중에 파묻혀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아주 외딴곳은 아니다. ​ 청록골은 유람마을이다. 금강산·설악산만큼은 아니지만 수직으로 솟아오른 화강암 바위가 하늘을 찌르고 절벽 사이사이 갈라진 틈으로 소나무가 뿌리를 박아 분재처럼 매달렸다. 이 계곡 저 계곡에서 모인 물은 제법 큰물을 이뤄 돌고 돌아 내리다가 폭포가 되어 절벽 앞에 떨어지니 커다란 소(沼)가 생겼다. 절벽 반대편에는 백사장이 제법 참하게 펼쳐져 여름이면 차양을 치고 물놀이며 뱃놀이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 그뿐이 아니다. 봄엔 진달래·철쭉이 온 마을을 꽃동산으로 만들었다. 땅을 뚫고 새싹이 솟아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