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고전 285

부친의 노망 고치기(止父妄談)

부친의 노망 고치기(止父妄談) 한 시골에 아들을 아홉 둔 노인이 살았다. 이 노인은 옛날 서당에서 글공부를 할 때 사략(史略)을 읽어서 중국 역사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다. 즉 중국 고대에는 온 천하를 다스리는 천자(天子)에, 전국을 9주(九州)로 나누어 그 책임자인 장(長)을 임명해 다스렸던 역사를 배웠던 것이다. 그래서 노인은 이 아홉 명의 아들을 두고, 늘 머릿속에 이들이 장차 9주의 장이 될 것을 상상하며 길렀다. 세월이 흘러 아들들은 모두 성장해 가정을 이루게 되었고, 노인은 어느덧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약해졌다. 곧 노인은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옛날에 골똘히 생각하던 그 상상만 머릿속에 남게 되었다. 그리고 나아가서 아들들이 9주의 장이 되었을 때 자신은 천자, 곧 황제가 된다는 망상을 놓지 ..

색시가 화냥질하다

색시가 화냥질하다 옛날에 한 영감탱이가 논두렁길을 가고있는데 큰 암구렁이가 조그만 가물치하고 떡방아(교미)를 찧고 있었다. 영감이 이걸 보고 아무리 미물이라 해도 제 짝이 있는 법인데 큰 놈이 작은 놈하고 간식을 처먹는 것은 아무래도 도리에 어긋난 일 같아서 긴 담뱃대로 구렁이의 눈퉁이를 내리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구렁이는 제 집에 가서 서방한테 이르기를 내가 논두렁을 어슬렁거리는데 어떤 영감탱이가 지나가다가 담뱃대로 내 눈텡이를 내리쳐서 이렇게 눈텡이가 밤탱이가 됐다고 고자질을 했다. 이 말을 들은 숫구렁이가 아내의 원수를 갚아 주겠다고 암구렁이를 앞세우고 영감의 집으로 갔다. 그때 마침 영감은 마을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난 오늘 낮에 별난 거를 다 봤어. 큰 암구렁이하고 작은 가물..

과부와 땡중

과부와 땡중 고려말의 탁발스님 선탄은 문장에 능숙하고 익살스러웠지요. 그런 까닭에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지긴 했으나 계율을 지키지 않고 떠돌이 생활을 하는 땡중이었어요. 이 땡중이 어느 날 암자에서 홀로 해탈을 꿈꾸며 정진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웃동네에 사는 젊은 과부가 남편이 죽은 지 3년이 되었다고 천도제(薦度祭)를 지내러 소복차림으로 찾아 왔어요. 평소 많은 한량들과 염문을 뿌린다는 바람난 과부 였지. 이게 왠 떡이냐 !! 땡중은 기쁘기 한량 없었지요. 하루종일 신성한 법당에서 지방을 붙이고 분향을 하고 지극정성으로 예불을 하며 천도제를 지내다 보니 날이 저물었지요. 할 수 없이 과부는 산사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어요. 이윽고 휘엉청 달이 밝은 산사에도 고적함이 밀려 왔지요. 평소 여성 편..

과부와 땡중

과부와 땡중 고려말의 탁발스님 선탄은 문장에 능숙하고 익살스러웠지요. 그런 까닭에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지긴 했으나 계율을 지키지 않고 떠돌이 생활을 하는 땡중이었어요. 이 땡중이 어느 날 암자에서 홀로 해탈을 꿈꾸며 정진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웃동네에 사는 젊은 과부가 남편이 죽은 지 3년이 되었다고 천도제(薦度祭)를 지내러 소복차림으로 찾아 왔어요. 평소 많은 한량들과 염문을 뿌린다는 바람난 과부 였지. 이게 왠 떡이냐 !! 땡중은 기쁘기 한량 없었지요. 하루종일 신성한 법당에서 지방을 붙이고 분향을 하고 지극정성으로 예불을 하며 천도제를 지내다 보니 날이 저물었지요. 할 수 없이 과부는 산사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어요. 이윽고 휘엉청 달이 밝은 산사에도 고적함이 밀려 왔지요. 평소 여성 편..

말이란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옛날에 한 영감탱이가 논두렁길을 가고있는데 큰 암구렁이가 조그만 가물치하고 떡방아(교미)를 찧고 있었다. 영감이 이걸 보고 아무리 미물이라 해도 제 짝이 있는 법인데 큰 놈이 작은 놈하고 간식을 처먹는 것은 아무래도 도리에 어긋난 일 같아서 긴 담뱃대로 구렁이의 눈퉁이를 내리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구렁이는 제 집에 가서 서방한테 이르기를 내가 논두렁을 어슬렁거리는데 어떤 영감탱이가 지나가다가 담뱃대로 내 눈텡이를 내리쳐서 이렇게 눈텡이가 밤탱이가 됐다고 고자질을 했다. 이 말을 들은 숫구렁이가 아내의 원수를 갚아 주겠다고 암구렁이를 앞세우고 영감의 집으로 갔다. 그때 마침 영감은 마을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난 오늘 낮에 별난 거를 다 봤어. 큰 암구렁이하고 작은 가물치가 떡방아를 찧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