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 사또가 부임했다. 훤한 신수에 긴 수염, 꽉 다문 입에 위엄이 서렸다. 지방 토호들이 환영 연회를 옥류정에서 질펀하게 열었다. 열대여섯살 동기들도 있었는데 사또는 굳이 기생들이 이모라 부르는 옥류정 여주인을 수청 기생으로 지명했다. “사또 나으리, 쇤네는 나으리를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어리고 예쁜 아이들이 수두룩한데 이 늙은 쇤네를 부르시는 것은 쇤네를 놀리시는 거지요.” 사또는 막무가내였다. 사실 옥류정 여주인은 나이가 서른하나로, 이팔청춘은 아니지만 우아한 자태에 지적인 얼굴이라 한량들이 한번쯤 품어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여주인은 신랑도 없으면서 한번도 몸을 허락한 적이 없었다. 허나 어느 명이라고 거절하랴. 그날 밤, 주연을 파하고 안방에 들어가 사또는 이모 배 위에 객고를 풀었다. 그 뒤로..